앉기만 하면 졸립고, 입맛이 없으며, 소화가 안 된다.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난다. ‘봄을 탄다’는 이런 증상은 계절이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춘곤증은 환경변화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긴다.
김진돈 한의학 박사(본디올 운제당 한의원장,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 대한형상의학회 부회장 겸 교수)를 통해 봄철 섭생법을 알아보았다.
승양하는 계절
봄은 시작과 출발, 생성, 희망, 발전, 꿈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만물이 소생하며, 잠자던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꽃을 피운다.
한의학에서 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릴 수 있다.
첫째로 봄은 승양(升揚)하는 계절이요 승생하는 시기다. 양기가 오르지 못하면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이 없고 의욕도 없어지고 몸이 무겁고 방광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익위승양탕을 응용해 볼 수 있다. 형상의학적 특징으로는 노인의 안검하수가 있거나 태양형으로 생긴 경우 또는 위하수나 자궁하수가 있을 경우에 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어제가 푸르거나 처녀의 생리가 길어서 피곤할 때 그리고 손끝이 벗겨지는 아이, 밑이 무거운 지적상으로 생긴 경우나 대하 하혈이 있을 때 사용한다. 또 양허하거나 좌우 시력차이가 있거나 편측이상이 올 때도 응용할 수 있다.
봄이 되면 아침 일어나기가 힘들고 몸이 무겁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비위기능이 허약해 지거나 승양이 안 되거나 허로로 기혈이 부족해질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보비탕이나 삼출탕 익위승양탕 십전대보탕 등을 응용한다. 특히 삼출탕의 형상의학적 특징으로는 어깨가 넓거나 얼굴이 넓은 사람에게 응용한다.
신진대사 감당 못하면 춘곤증
두 번째 봄의 특징은 춘곤증(春困症)이 나타나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만물은 각자의 생리현상을 나타내어 싹을 틔우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난다. 인간도 추운 겨울 내내 움츠렸던 기운이 봄기운을 받아 인체세포 활동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항진시키고 인체의 활동력을 촉진시킨다. 이럴 때 몸과 마음이 활동적인 욕구를 감당하지 못하면 피로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나른한 봄이 되면 피곤한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적 소인인 경우가 많다. 추운 겨울 동안의 영양부실이나 평소의 수면부족 등의 육체적인 경우도 있다. 또한, 스트레스나 의욕상실 등의 정신적인 경우와 운동부족, 대개 비위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봄철 나른함은 특히 몸속에 축적된 병적인 체액이 많은 자에게 나타나기 쉽다.
춘곤증은 개인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는데, 개인의 정기의 편차에 따라 경중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아침 기상시 머리가 맑지 못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권태감과 밥 먹고 나면 자주 졸리고 별로 힘든 일도 하지 않았는데 쉽게 피로를 느낀다. 피부도 거칠어지고 검어지며 뚜렷한 이상 없이 일과 생활에서 흥미와 의욕이 사라지고 나른한 상태에서 땅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혈색 없으면 보혈지제 보해야
춘곤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면과 고른 영양섭취와 긍정적인 사고, 가벼운 목욕, 명랑한 마음가짐도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따뜻한 샤워도 유익하다.
특히 질병 후 허약자나 노인, 어린이들은 춘곤증에 시달리기 쉬우므로 적절한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정기가 부족하여 원기가 허약한 경우는 원기를 보강해 두어야 좋다. 비위가 약한 경우에는 비위를 보강해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일정시간에 기상하여 운동을 해주면 좋다. 카페인이든 음료수나 술, 담배, 인스턴트 음식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적당한 수면과 고른 영양섭취로 피로도 증상에 따라 다르게 보강해 주어야 한다. 얼굴 혈색이 없으면서 어지러움, 빈혈증세와 맥이 허한 경우에는 보혈지제(補血之劑)를 보해주면 피로가 줄어든다.
신수(腎水)가 부족하여 귀에서 소리가 나고 허리가 뻐근할때는 신수(腎水)를 보강해 주어야 체력도 거뜬해진다. 얼굴이 초췌해지고 기운이 없고, 식사후 더부룩하고 대변이 무르면서 시원치 않을 때는 비기(脾氣)를 보강해준다. 머리가 어지럽고 양쪽 눈이 건조하면서 따갑고 옆구리가 약간 결리고, 잠이 많고, 깊은잠을 취하지 못하면서 관절이 부드럽지 못하거나 뻣뻣해지면 간혈(肝血)을 보강해 주어야 한다.
팔다리가 차가워지며 추위를 잘 타게 되면서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참지 못하며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경우 또는 설사를 하거나 정력이 저하되고 가슴이 뛰거나 팔다리가 붓는 경우는 신양(腎陽)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봄철에 향긋하고 쓴 음식은 간장과 심장의 기능에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쑥이나 냉이, 쑥갓, 씀바귀 도라지 등이 봄철식단으로 올려주면 봄기운을 맛볼 수 있고 피로도 몰아내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건강한 봄나물 조리법
봄나물을 요리할 때는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도록 삶는 것보다는 그대로 양념에 버무려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익힐 경우는 소량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내도록 한다. 다소 쓴맛이 강한 나물은 먼저 찬물에 담가 1~2시간 정도 쓴맛을 우려낸다.
냉이나 쑥 등을 넣어 국을 끓일 때는 맑은 장국보다는 된장국으로 끓여야 본래의 쌉쌀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봄나물은 자체의 향이 일품이기 때문에 마늘이나 참기름 등 향신료를 너무 많이 쓰거나 오래 끓이면 향이 없어지기 때문에 유의한다.
봄나물은 자라면서 섬유질이 많아지고 맛과 향이 떨어지므로 줄기가 연하고 색이 짙은 것을 골라야 하며 구입 후 바로 조리해야 비타민과 무기질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달래는 독특한 향미로 봄철 식욕을 돋우어 주는데, 특히 비타민 C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비타민 C는 세포와 세포를 잇는 결합조직인 콜라겐의 생성과 유지에 중요하며,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도 관여하여 각종 스트레스에 강하게 해준다. 조리할 때 식초를 곁들이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시간이 연장되고 입맛 또한 돋우어 주므로 달래 무침에는 식초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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