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득이냐 실이냐
검경 수사권 독립 놓고 첨예한 대립
경찰의 수사권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간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정권교체기 마다 반복 되어온 경찰수사권 독립 논쟁은 항상 경찰측의 패배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대선이후 정치적 상황과 여건이 경찰쪽에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경찰은 특히 노무현
당선자가 대선 직전 경찰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분권주의자다 당선되면 큰 선물을 주겠다”고 한 약속이 경찰 수사권독립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아가 노 당선자측의 공약집에도 경찰에 절도, 폭력,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범죄에 대한 독자적인 수사권 부여 항목이 들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목소리
높이는 경찰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검찰과 경찰이 수사상 동등한 지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등을 담은 경찰 수사권 독립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1999년 수사권 독립 요구 파문 당시 수사권 독립의
쟁점으로 ‘검찰과 경찰은 대등한 관계에 바탕을 둔 상호협력과 경쟁관계’라고 명시했었고, 사실상 지금도 그 핵심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경찰청은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권 독점과 광범위한 재량권 보장, 검ㆍ경간 상명하복식 종속구조 등 현재의 수사구조는 은폐ㆍ 축소ㆍ
편파수사 등 시비를 부르고, 경찰수사의 독립성과 사법정의를 해치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인권을 유린하는 부정적 결과 등을 낳을 수 있다”며
수사권 현실화에 대한 당위성 등을 인수위에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수사권 주체는 검사’로 규정된 현행 형사소송법 195조와 ‘사법경찰관은 검사 지휘를 받아야한다’는 형소법 196조를
‘수사주체는 검사와 경찰로 하고 검ㆍ경은 상호협력과 경쟁관계에서 수사한다’고 개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동안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인권침해 우려 등 각종이유를 내세워 반대 입장에 내세웠다. 실제 경찰 수사과정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수감됐다 검찰에서 무죄로 판명된 인원이 연간 상당수에 달한다.
특히 검찰 관계자들은 인수위에 보고된 경찰청의 수사권 독립방안 중 ▲모든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주체화 ▲ 검ㆍ경간 상호협력관계 설정 ▲검사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포괄적 지휘 배제 등 검사의 수사지휘권 배제 방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에게 득이냐 실이냐
경찰수사권 독립과 관련, 인수위 임채정 위원장은 “수사권 독립은 법을 개정해야 하고 완전
독립은 사법체계, 행정체계 등을 크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수사권을 독립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가능하면 부분적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계 한 법률전문가는 “범죄가 다양화되는 만큼 범죄의 종류에 따라 수사권을 나눠 갖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판단기준은
무엇이 국민을 위해 좋은 제도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권 독립 문제를 검찰과 경찰의 파워싸움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에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경찰의
수사권이 일정부문 검찰로부터 독립되면 국민생활에 어떤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까?
즉 양 기관간의 일방적 종속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로 잡히고, 검ㆍ경간 수사상 상호협력, 동등한 지위가 보장되며, 경찰도 수사의 주재자가
될 경우 그동안 경찰의 모든 수사가 검찰의 지휘를 받으면서 비롯된 수사지연에 따른 국민 애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긴급체포의 검사승인 제도 폐지 ▲경찰의 1차적 변사자 검시권 보장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인정 주장은
국민편의를 위한 대표적인 수사권 현실화 방안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긴급체포의 검사승인 제도폐지’ 방안은 그동안 피의자나 용의자 긴급체포 전후 경찰은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검사의 승인을 받아 긴급체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되면 검사의 허가없이 경찰 스스로 시간을 다투는 주요 피의자 등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다.
또 ‘경찰의 1차적 변사자 검시권 보장’ 요구 역시 그동안 검찰은 현장에서 직접 변사자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 상으로 보고 의혹을 제기,
부검지휘를 내리면서 실제 아무런 타살 혐의점이나 사인에 의혹이 없어 정상적인 장례식 절차를 원하는 변사자 가족에게는 두 번의 아픔을 안겨주기도
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경찰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역시 경찰에 이은 검찰의 이중조사에 따른 병폐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경찰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검찰 지휘권을 없앨 경우 ▲긴급체포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 ▲경찰의 편의에 따른 변사사건의 자연사 처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권 독립 요구안이 국민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주장은 시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경찰권 남용으로 국민 인권이 침해될 수도 있는 만큼 경찰의 주장은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수사권 독립 문제를 놓고 향후 검찰과 경찰의 대립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기관이 진정 노력해야할 것은 ‘무엇으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것 인가’라고 시민단체들이 지적한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
쟁 점 | 검 찰 | 경 찰 |
범죄수사의 주제 |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 유지 | 경찰도 모든 범죄에 대해 검사와 함께 수사 주제임을 명문화 |
검찰, 경찰 관계 | 검사의 지휘를 받는 | 대등한 관계에 바탕을 둔 상호협력, 경쟁관계 |
검사의 수사지휘 수위 | 현행 검사의 경찰 수사 지휘권 유지 | 검사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포괄적 지휘 배제 |
긴급체포제도 절차 | 경찰의 긴급체포 남용 우려 현행 검사 승인제 유지 | 긴급체포 검사승인제 폐지 |
변사자 검시권 | 변사자 검시시 검사 보고, 지휘 규정 유지 | 경찰의 1차적 변사자 검시권 보장 |
경찰 피의자 신문 조서 증거능력 | 경찰 신문조서 증거능력 인정 시기상조 다만, 변호사 입회조사시 증거 능력 검토 가능 |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인정 |
경찰의 각종 보고 의무 | 교통, 방범, 경비 등 민생관련 분야 보고의무 경감 가능 | 경찰의 검사에 대한 수사 사무보고 및 정보보고 의무 전면삭제 |
수사권 독립 주장 찬성, 반대 논거 | 1.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소추권행사에 수반되는 권한, 수사는 소추를 목적으로 | 1. 전체 형사범죄 97%를 경찰이 실제 처리하고 있고 검찰의 실질적 수사 |
선진국 검찰과 경찰은? |
유렵, 검찰이 수사 우위... 영`미, 경찰이 수사 주재 해외의 경우 각국의 고유한 법체계나 사법현실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륙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