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존속 결정, 활동방향은?
존속 결정 불구 새로운 형태 ‘팬클럽 연합’ 대두
노무현 대통령 탄생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클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한 달여 기간동안의 침묵기를 접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 재정비 돌입했다.
그러나 진로를 고민하면서 존폐 여부를 묻는 전자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치인 노무현의 팬클럽이었던 조직의 정체성이 상당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여, 경우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결과, 존속결정
대선 직후 내부적으로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는 측과 ‘존속’을 요구하는 측의 공방으로
진통을 거듭해왔던 노사모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48시간동안 투표를 통해 진로를 선택했다.
이날 투표에는 노사모 전체회원 7만3436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투표자 2만 1446(투표율 29.2%)중
1만 3408명(62.52%)이 ‘존속시켜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8038명(37.48%)는 ‘해체하자’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모의 진로가 존속으로 결정되자 중앙위원회는 ‘현 체제를 유지하되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2차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총 유권자 7만3160 명 중 1만4510 명이 투표에 참가했으며(참가율 19.8 %), 이중 7183 명(49.50 %)이 명칭변경을
찬성했으며, 7327 명(50.50 %)이 반대해 노사모의 명칭은 존속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노무현 대통령 메이킹, 이후 사업은
대선이 끝난 이후 많은 노사모 회원들은 일시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개혁,
동서화합, 언론개혁을 활동 목표로 설정하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노짱을 상대로 외사랑을 시작한 노사모는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다.
이제 그들이 선택해야할 길은 무엇인가?
노 당선자는 그들에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노당선자는 지난 18일 당선이후 처음 출연한 TV토론에서 노사모의 진로에 대해 ‘해체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참여’를 주문했다. 당선자는
이전 노사모 운영위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도 “(노사모는)함께 큰 사고 친 공범이니 공범으로서 책임감을 가져달라” 고 당부했을 만큼 노사모에
많은 애착을 보였다.
노 당선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노사모는)새로운 참여의 과제를 찾아야 한다”, “정치는 부득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제2, 제3, 제4의
노무현을 한번 다시 찾아내 달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이제 내가 대통령이 됐는데 (노사모가)지금 노무현하고 함께 다녀봤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이제는 내가 잘 해야
한다. 내 편을 들어준다고 대통령이 잘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노사모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노사모
존속결정 우려눈길 많아
한나라당은 `노사모’의 존속 결정과 관련 홍희곤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노사모가 대선
과정에서 중앙선관위로부터 불법 사조직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탈법적 정치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노사모는 대통령 사조직화 또는 정치 권력화
우려가 쏠리고 있음을 깊이 유념, 그 존속과 향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부대변인은 “노사모는 `새 정부의 비판적 협력과 감시라는 본연의 긴장관계 이상의 어떤 관계도 맺을 의사가 없다’는 경실련 성명과 `노무현
당선자와의 밀월관계는 끝났다’는 참여연대의 선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며 “노사모는 이들 시민단체의 통절한 자기반성으로부터 교훈과 좌표를
찾아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가들은 노사모의 진로에 대해 조언을 해왔다. 경실련은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권의 탄생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친 시민단체들이 정권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노사모와 노무현 당선자는 더욱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사모의 관계자는 “노사모는 지금껏 어느 NGO들도 해오지 못했던 역할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며 “경험이 풍부한 NGO 활동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판단의 기준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칭 변경은 사실상 해체’
투표에 의해 존속이 결정됐지만, 내외적으로 노사모의 방향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노사모의 향후 역할과 성격이 가장 큰 문제, 이에 대해 온라인위원장 황의완 씨는 “노사모는 초기 동서화합과 정치개혁, 언론개혁의 화두를
가지고 시작된 모임”임을 강조하며, “향후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활동을 벌여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노사모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새롭게 나온 명칭으로는 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지모(노무현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네티즌 연대, 팬클럽 연합 등의 새로운 명칭이 제기되고 있다.
황 위원장은 “현재 명칭변경에 있어 기존 노사모와 새로운 명칭이 박빙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명칭 변경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명칭이 변경되게 된다면 사실상 노무현 당선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노사모의 정체성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지며,
이는 곧 노사모의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덫 붙였다.
새로운 형식의 활동 방식 중에서도 내부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팬클럽 연합이다. 앞서 언급했듯 노무현 당선자는 노사모가 앞으로 제2,3의
노무현을 찾아 줄 것으로 당부했었다.
그렇다면 제2,3의 노무현을 찾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노사모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존속으로 결정난 노사모는 정당을 구분하지 않고, 노짱이후에
지지코자하는 정치인들을 20여명정도 선정해 그중에 원하는 정치인의 팬클럽으로 전향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는
곧 노사모의 완전 해체를 의미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기간에 보여줬던 노사모의 자발적 참여 시스템은 이들 팬클럽 연합에서도 그대로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