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기억에서 사라져도 69조 회수불능 금액의 세금 부과는 그대로…
IMF의 경제 상황은 환율의 가파른 상승,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급속한 이탈 속에서 기업의 자본도입, 특히 해외차입은 불가능한 상태로 유사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았었다. 대내외 금융부문의
자금경색은 수출과 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실업자를 증가시켜 실물경제가 사실상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가부도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공적자금의 생성과 투입은 그렇게 시작됐다. ‘156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그것이다.
구 분 | 회 수 방 법 | ||||||
예금보험공사 | 출자금 회수 44,602 | 파산 배당금 75,587 | 자산 매각등 37,591 | 소 계 157,780 | |||
자산관리공사 | 국제입찰 16,016 | ARS | AMC,CRC CRV 매각 17,593 | 개별매각, 법원경매 등 87,389 | 대우채권 회수 17,012 | 환매, 해제 96,518 | 소 계 275,934 |
정 부 | 출자금 회수 12,474 | 후순위채권 회수 52,053 | 소 계 | ||||
합 계 | 498,241 |
왜 69조씩이나?
공적자금의 객관적인 회수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금융연구원이 중심이 된 Task-Force를 구성하여 5년 이내 시장매각이 가능한 출자주식, 파산채권,
부실채권의 회수규모를 평가한 결과 156조원의 공적자금 중 42조원은 이미 회수하였고, 추가로 45조원(41~49조원)이 회수가능한 것으로
전망되어 총 회수액은 87조원, 최종 회수율은 55.6%로 전망된다. 회수가 어려운 69조원은 금융기관의 누적된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금대지급,
출연 방식 등을 통해 투입됨으로써 상당부분이 회수가 곤란한 것에 기인한 것이며, 시급한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미비 등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관련기관은 시인하고 있다. 이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적자금의 성과와 상환대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재정경제부 등 공적자금과 관련된 어느 기관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공적자금과 관련된
업무를 기관별로 분산시켜, 어느 기관의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조차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서로 담당부서로 문의를 미룰 뿐이다.
국민들의 알 권리는 진흙 속에 뭍혀 버린 것이다
69조 중 금융권에서 20조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9조원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부담으로 정하고 있다. 일반국민에게 부담이 될 추가적인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은 지양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인제공자에 의하여 상환이 어려운 부분은 수익자인 금융권과 재정으로 대변되는 정부, 기업, 국민의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 재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과 관련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공적자금 비리 끝까지 추적해야..
‘공적자금비리’에 대한 검찰과 유관기관들과의 합동수사가 최소 1년간 연장된다. 대검 공적자금비리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종빈 검사장)는 강력한
단속을 계속한 뒤 성과를 분석해 재연장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그 동안 특별수사본부가 적발한 공적자금 비리사범은 80여명에 비리금액도 6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 환수된 것은 1%도 안되는 400억원 대여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금이 투입됐던 기업과 금융기관 중 진도그룹, 극동건설그룹 등 4개 부실기업 사주와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들여다보면
뻔뻔하고 다양해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극동건설의 김 전 회장 등은 경기도 시흥시에 설립한 소전문화재단 소장용 도자기를 구입하는데 10억원을
쓰는가 하면, 시흥시, 제주도 등의 개인 별장과 집 관리비 등으로 22억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보성 그룹은 계열 금융회사인 나라종금의 퇴출을 저지하기 위해 여권 인사 등에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보성그룹 자금담당
유모 부회장이 미국으로 도주, 지명수배된 상태여서 수사가 중단되었다. 부실기업채무자인 기업주가 자신의 재산은 은닉하고, 대신 공적자금을 투입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끝까지 추적해서 적발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1년 3월 1조 1,500억 정도를 투입 받았던 수협중앙회가 최근 지도사업부분에 조사부와 신용사업부분의 수산금융부 및 대표이사 직속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하여 언론의 빈축을 사기도 하였다.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신설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진단 및 개선을 위한 부서신설이며, 상급 기관인 ‘해양수산부’와의 협의를 통한 것이었음을 밝혀 위기를 모면했다. 예금보험공사의 특별조사부에서도
수협중앙회의 금융 관련 비리조사는 무혐의로 끝난 상태임을 밝혀 주었다.
특검제
실시도 불사해야…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7개 기관이 총 동원되어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과 ‘부실채무기업
특별조사단’을 구성하여 수사한 결과, 환수실적은 미미하기만 하다. 앞으로 최고 25년간 공적자금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야 할 국민들은 어이가
없을 뿐인데, 그마저도 기억저편으로 희미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작년 말 떠들썩 했던 부실 신협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115개 신협에 대한 퇴출 절차로 검찰고발은 사후처리에 불과해 책임규명은
물론 비리금액의 환수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검찰과 공자금 관리기관들의 공자금비리 조사가 중소기업과 영세 금융회사에 치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과 대형 금융회사로 전환해야 함이 당연한 것이다.
한해 정부예산 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집행결과가 투명하게 밝혀진 일이 없다. IMF라는 긴박한 상황이었으며,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과 도덕적 해이가 문제이지, 공적자금 투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공적자금 비리’라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하는 관계자를
보며, ‘그럼 도대체 책임은 누가 지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권한 대행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북송금 파문과 관련, 특검제 실시를 촉구하며, 동시에 공적자금 비리와 국가정보원 도.감청, 권력 실세들의 국정 농단과 권력형
부정부패 등에 대해서도 국정조사와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시원하게 지적했다. 정부가 집행결과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밝히고 환수율을 높이는
한편 유실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특검은 불가피하다. 강력한 조사로 국민이 물어야 할 세금을 축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는 은행구조조정(1조3천억원)과 제2금융권 구조조정(3조3천억원)을 위해 모두 4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 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 신중을 기하며, 이 역시 공적자금 투입의 정당성 및 내역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