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9일 치러진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결과로 인해 각 정당마다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제가 원인제공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는 창조한국당이 정당공보물에 허위학력을 기재한 혐의로 같은당의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를 상대로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계획 인 것을 비롯해 친박연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와 통합민주당 정국교 당선자의 선거법 위반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 결과, 이들 중 누구라도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제 18대 국회에 등원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자칫하면 정치권이 이를 활용한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별당비가 원인 제공
비례대표제 당선자에 대한 선거법 논란이 제기된 것은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친박연대가 이번 총선에서 예상밖의 선전을 한 것이 화근(?)이 돼 관심의 대상자로 자연스럽게 30대 초반의 여성 양정례 비례대표 1번 당선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총선 결과 직후 언론과 일반인, 정치권 조차 ‘양정례 당선자’가 누구인가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이력의 진솔성과 후보자 추천 경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 보도를 하지 않은 바 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학력과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 특별당비 1억원, 배우자 재산신고 누락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결과 정치권에서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6번 정국교 당선자에 대해서도 하드디스크 부품 생산업체인 ‘H&T’의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이한정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 당선자의 사기·공갈 등 전과 경력이 누락된 사실과 허위 학력·경력에 대한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된 것 등이다.
특히 양정례 당선자가 당에 낸 특별당비로 인해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워 졌을 뿐 아니라 과거 밀실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점차 높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당비란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만 규정돼 있을 뿐 현행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에는 정의돼 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이같은 허점 때문에 당내 행사 또는 공식 선거를 위해 납부할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함에 따라 당원이 납부하는 당비의 한도액은 제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정당이 후보자 추천 등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공천헌금 성격의 특별당비는 엄연한 불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각 정당은 대가성있는 특별당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로인해 선거때마다 특별당비의 액수에 따라 비례대표 순번이 정해진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잡고 있다. 특별당비의 이같은 성격 등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창조한국당 이한정 당선자와 통합민주당 정국교 당선자도 특별당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비례대표 모든 당선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천시스템도 도마올라
특별당비와 함께 언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는 것은 각 정당의 공천시스템이다. 각 정당은 이번 총선에 대비한 지역구에 적합한 후보자를 가려내기 위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공심위 구성 목적과는 정 반대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한나라당의 친박의원 공천배제, 통합민주당의 정동영계 뿌리뽑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구 공천이 이 지경인 점을 감안하면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천심사 역시,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아니고 사천(私薦)이 이뤄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친박연대의 함승희 공심위원조차 “후보등록 마감일 오후 4시30분에야 팩스를 통해 비례대표 명단을 받았다”고 밝힌 점은 극소수의 당지도부가 공천을 좌지우지 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례대표제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같은 상황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자는 신상정보를 싣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로인해 선거가 임박해서야 당지도부 등이 임의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관례화 돼 왔으며 유권자는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표를 던져왔다. 이런 연유로 양정례 당선자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사실도 대다수 국민들이 총선이 끝난 직후에 알게 됐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18대 국회 등원시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여기에다 공직선거법에는 비례대표 후보자 중 50%를 여성에게 할당하되 후보자 명부의 매 홀수 순위에는 여성을 추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이를 어길시 등록무효 조항이 없어 각 정당이 교묘히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연대 3번이 남성인 김노식 당선자고 창조한국당 1, 2번도 모두 남성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각 정당이 법보다는 당리당략적인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함께 당헌·당규에만 규정돼 있는 특별당비의 경우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으로 끌어들여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높여가는데 노력하는 한편, 각 정당이 당헌·당규 손질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 수사까지 영향
비례대표 당선자의 선거법 위반 등이 검찰수사 등 정치권 수면으로 떠오르자 친박연대측에서는 ‘양정례 수사는 박근혜 죽이기’로 규정하고 정면대응에 나섰다. 친박연대측은 양정례 당선자에 대한 검찰수사가 자칫하면 서청원 공동대표로까지 번질수도 있으며 이 경우 한층 고무된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당선자간의 결속이 한순간에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박근혜 전 대표가 주창하고 있는 친박 당선자들의 한나라당 복당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복당 불허 또는 선별 복당안을 내놓고 있어 비례대표 당선자 수사 결과에 따른 인위적인 정계개편까지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얻은 150여 석의 의원수로는 향후 이명박 정부의 정국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불안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이에따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일관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의원수 확보에 노력할 것이며 이번 비례대표 당선자 수사결과가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권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진행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국회의원 당선자 46명에 대한 수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검찰이 수사과정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될 경우 얼마간의 인위적인 정계개편까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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