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국민은 노무현 당선자에게서
희망을 걸었다. 그 희망은 개혁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데 노 당선자가 그려나갈 개혁의 밑그림을 놓고 말이 많다.
“개혁의 여건은 언제나 불리”
개혁이 노무현 당선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개혁을 가로 막는 많은 현실을 어떻게 대처 하느냐도 중요하다. ‘노 당선자가 정치적 기반은
초라하지만 개혁적 기반을 단단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노무현 차기 정부는 김영삼정부나 김대중정부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삼당합당을 기반으로 탄생한 김영삼정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비록 민주화세력의 지도자였지만 이념의 토대나 인물들이 잡탕이어서 곧은 길을 걷기가 힘들었다. 한국정치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정부도
이념과 성향을 완전히 달리하는 자민련과 연합해 탄생시킨 공동정부여서 출발부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차기정부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선거 전 날 후보단일화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정치적 부채없이 출범하게 되었다.
또한 당내 반대세력들의 이탈도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를 순탄케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누구와 힘을 합쳐 집권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의 유지와 행사인데, 이점에서는 노 당선자 역시
새로운 연대 세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며 “그로 인해 단일한 색깔과 대오는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수위 각 위원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현상을 볼 때 이미 ‘단일한 색깔과 대오’가 퇴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개혁은 국민 스스로
여당의 한 중진은 “오히려 개혁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노 당선자에게 부정적인 언론과 유동적 지지기반, 당내내분
등을 들었다. 또한 민주당은 국회 소수당으로 입법사항에 대한 개혁을 단독으로 추진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점진적 개혁론이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즉 노 당선자가 앞으로 1년 동안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을 중심으로 시급한
과제를 우선 개혁하고, 17대 총선 이후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초기부터 전면적인 개혁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개혁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 전개되지 않는다”며 “다수의 의석을 확보해 표의 힘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지금의 개혁은 대통령이나 정부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개혁은 국민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지지기반이 취약한 노 당선자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민노당 노 사무총장은 ‘노무현 차기 정부가 개혁의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김대중 정부가 개혁할 대상을 개혁의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에 정권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충고했다.
노 당선자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순간가 노 당선자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