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를 잡아라!
예술적 소질과 마케팅 능력 겸한 ‘컬러리스트’ 각광
“올봄 유행컬러는 파스텔톤의 연한 분홍이나
미색에 가까운 노랑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참 복잡 미묘하다. ‘노랑’ ‘분홍’이라 하지 않고 뭔가 더 자세하게 표현한다. 실제로 ‘노랑’과
‘미색에 가까운 노랑’ 사이에는 뭔지 알 수 없는 차이가 느껴진다.
‘노랑’이라고 다 같은 노랑이 아닌 것이다. 한 가지색에도 수십가지색으로 분류돼 각각의 다른 감성과 개성을 표출한다. 색의 종류가 무려
2만 5000여개에 달하고 우리가 하루에 보는 색만 해도 3000여개나 된다고 한다. 그만큼 표현하는 색 자체가 많고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컬러는
감각과 과학”
요즘 이처럼 색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컬러리스트’가 신종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단, 패션업계에 국한하지 않는다. 요즘은 다양한 패션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라든가, 광고회사나 인터넷, 화장품 등 컬러를 중요시하는 회사나
회사 이미지를 컬러로 작업화 하는 곳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한다. 즉,「색채」만으로 사람이나 기업, 상품 등의 개성을 살려주는 전문가로서
컬러 연출을 통해 이미지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한다. 색채를 통해 예술적 소질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마케팅이라는 합리적 의사결정도
겸하는 일이 바로 ‘컬러리스트’가 하는 일이다. 한국색채교육원 이소현 과장은 “컬러는 감각과 과학”이라면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얼마만큼 완성돼 있는지, 그 정확한 자료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현대 산업에서 색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색채가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제품 이미지에 맞는 ‘컬러’는 매출상승과도 연관이 깊다. ‘코카콜라’와 ‘베네통’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두 기업은 국제시장에서 색채
마케팅과 색채상품으로 성공했다.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는 갔다. 제품의 특성과 이미지,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는 색채를 입혀 소비자의 구매력을 증진시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색채가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각 기업체에서는 색채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따로 교육을 받게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산업경쟁력에 있어 색채는 비용과 효과, 모든 면에서 최상의 고부가 가치적인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급이 수요 못따라
선진국에서는 색채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 범국가적인 색채정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색채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색채전문가를 새로운 유망직업으로 꼽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공인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많은 인력을 양성해 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아직 ‘컬러리스트’라는 개념이 도입된지 얼마 안되고 소비자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라 거의 전문인력은 전무한 편이다. 현재 매년
1만 7000여명 정도의 패션디자이너가 배출되고 있는 반면, 활동하고 있는 컬러리스트는 40~50명에 불과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컬러에 관심있는 사람이 직접 외국유학을 가서 공부를 해 오거나, 디자이너가 직접 그 안에 컬러만을 세부적으로 따로 공부해서
응용하는 부류로 나뉠 정도로 극히 한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미개척 분야임에도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부족한 컬러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노동부는 “컬러리스트” 국가기술자격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무한경쟁의 세계경제 체제화에서 우수한 색채 전문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전문직업의 창출을
촉진할 컬러리스트가 국가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