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너지 개발, 하라고~ 말라고!”
정부간 유권해석 ‘따로’…70년대 관련법령 그대로 적용
국제 유가상승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개발을 놓고 제조사와 관련 정부 부처간의 마찰이 계속되면서, 그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알콜연료 첨가제를 개발한 ‘세녹스’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정부와 제조사, 정유업계, 소비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세녹스가 ‘유사휘발유’ 이므로 휘발유와
동일한 세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세녹스 제조사는 ‘연료첨가제’ 로 허가받아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에너지의 개발을 장려해야 할 정부가 법적 근거만을 따져, 되려 대체에너지 개발의지를 꺽고 있는 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가격도 저렴하고 환경오염도 덜 되는 대체연료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세녹스’가
연비를 10% 정도 향상시키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도 낮춘다고 밝혔고, 연료첨가제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최종 결정은 소비자가 우선 돼야
지난 6월부터 시판된 알콜연료 첨가제 ‘세녹스’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 정유업계를 뒤흔들었고, 산업자원부와 끊임없는 갈등이 고조를 이루고
있다. 세녹스는 솔벤트, 톨루엔, 메틸알코올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휘발유와 세녹스를 6대 4 비율로 혼합해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휘발유
기능을 한다. ‘세녹스’는 ℓ당 990원으로 국내 시중 휴발유 판매가인 1300원보다 300~400원 정도 싸다. 휘발유는 교통세, 교육세
등 소비자가의 70%가 세금인 반면, 첨가제는 부과세 10%만을 부과되기 때문에 탈세혐의가 있다는 게 산자부 측 주장이다.
1970년대 후반을 기반으로 만든 석유사업법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같은 법령을 적용한다는 건 시대착오적 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필요성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정책이나 계획들이 부족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참가제와 휘발유의 혼합 비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산자부는 연료에 섞는 비율을 들어 세녹스가 첨가제가 아닌 불법 유사 휘발유라고 주장한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첨가제를
‘자동차의 연료에 소량을 첨가하여 자동차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배출가스를 저감시키는 화학물질’ 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0%를 섞은 세녹스측은
“현행법상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원칙없는 규정으로 단속을 한다는 건 무리”라고 항변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세녹스가 가격 휘발유보다 싼만큼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연료로서 불안정한 피해가
우려된다면 정부부처가 한 목소리를 내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는 산자부의 강력한 제재가 석유수급을 관리하고 행정을 지도하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 등 관련업계의 입심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 입장에선 당연히 고율의 세금을 내는 정유사 측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계부처가 기존 정유사들의 시장보호를 위해 질좋은
대체연료의 생산과 판매를 저지한다면 이는 곧 소비자의 불이익에 영향을 끼친다.
세녹스 판매업체인 (주)지오에너지 구동진 차장은 “최종 심판은 소비자의 몫”이라면서 “ 세녹스가 첨가제로서 소비자에게 구매력을 만족시킨다면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수정과 보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녹스는 정부 부처간도 유권해석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환경부는 연료 첨가제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산자부는 불법 유사휘발유로
판정을 내리고 판매를 제지하고 나섰다.
행자부는 저장 취급소에서 판매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체에너지 개발 의지 꺽는 정부
산자부는 끈질긴 방해공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녹스는 산자부의 제지로 주유소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별도의 판매소를 통해 지난 10월부터
용기에 담아 판매했다. 이에 산자부는 또, 현재 시판되는 10ℓ, 20ℓ용기를 1ℓ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1일 세녹스의 유통을 근절시키기 위해 판매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세녹스 등
자동차 연료첨가제의 혼합비율을 1% 미만으로 규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에 부과하는 과징금은 200만∼300만원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법안이 마련되면 세녹스를 사용해온 소비자들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과정 중 부산물을 쓰고 있고, 휘발유는 다시 수출까지 한다는 현실은 묵인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관할 목포세무서는 지난 6월부터 12월간 세녹스 판매물량에 대해 99억 5,2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총 매출액은 87억 9백만원.
이렇게 되면, 총매출보다 세금이 더 많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관계사는 “세녹스가 불법이라는 건 산자부의 유권해석일 뿐, 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합법에 해당하며 조세도 법률에 의해 부과돼야 마땅할 것”이라며 “세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현재 국세심판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세금은 1억원은 납부하고 나머지는 연기 신청했다. 지오에너지 관계자는 “법의 적용을 떠나서라도 고유가가
지속되고, 석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이를 대체할 상품을 개발했으면 오히려 장려해야 옳지 않은거냐” 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유 대체한 ‘바이오디젤’ 도 한 목소리
식물성과 알콜을 반응시킨 대체에너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도 정부의 편파적인 에너지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오 디젤을 개발한
신한 현미유와 신한 에너지는 정부가 바이오디젤의 판매를 인정해놓고도 서울시내 오지 한 곳에만 판매소 설치를 허락해 2004년까지 2년간
시범판매토록 하고 있어 대체에너지 보급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대기오염 저감효과가 우수하고 자동차용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경유 80%와 바이오디젤 20%를 혼합해 사용한다. 가격은 경유와
같다.
이들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대체에너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신생 대체에너지 생산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선 대체에너지 전담기구의 활성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효과적인 대체에너지
육성위해 ‘법 손질’ 필요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떠한가. 선진국에서는 알콜 연료가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연료로 오히려 적극
장려되고 있다. 석유화학물질에서 추출했어도 휘발유보다 친환경적이라면 대체에너지로 인정해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풍력, 지열 등 석유화학의
에너지원만 포함시키고 있다. 에너지 관계자는 “현행 석유사업법은 휘발유 외에 석유화학물질에서 추출한 자동차 연료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휘발유 관련 대체에너지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세녹스에 대한 갖가지 논란은 법정 판결이 나와야 수그러들 전망이다. 그러나 대체연료 시장이 극히 미비한 상황에서 시행착오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능에 문제가 없고, 비용도 저렴하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발전된 기술을 단지 법률상 저촉이 된다는 이유로 그것을 제지해야
한다면 효율적으로 법을 손질해서라도 대체에너지를 보급하고 활성화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