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역시 오는 7월6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를 노리는 인사들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4·9 총선 직후 패배의 심한 후유증속에 손학규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가능한 빨리 전당대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 대표에 누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원내 의석은 81석으로 17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축소됐지만 새로 선출될 당 대표가 야당의 간판 정치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 경선과 함께 통합민주당의 진로도 많은 관심의 대상으로 떠 오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가는 새로운 진보”를 주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경제살리기의 관건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진작이라는 보수적인 정책을 지지해 오고 있다. 이에 비해 4선 의원으로 재입성한 천정배 의원은 “당의 이념 좌표는 중도·진보여야 하고 정체성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의 ‘우향우’ 경향에 대해서도 “말은 중도 개혁이라 부르면서 구체적인 정책에서 한나라당과 다름없는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가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손학규계 영향력 높아져
통합민주당 내에는 현재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손학규계와 정동영 전 대표의 정동영계, 옛 민주당계, 친노그룹, 운동권 386 등 각 계파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총선 후 변화가 있다면 손학규 대표측이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포함, 20여 명 수준의 의원 인맥이 형성돼 총선 전보다 당내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차기 당 대표 선출은 물론 당의 정체성 변화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민주당의 뿌리로 불리는 ‘동교동계’는 김홍업 의원의 낙마로 사실상 와해된 가운데 박상천 대표와 최인기 정책위의장, 김효석 원내대표, 이낙연 박주선 유선호 김영진 의원 등 옛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호남의 주류로 부상했다.
여기에 당 주류의 한 축이었던 친노그룹의 경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인태 최고위원, 윤호중 유기홍 의원이 낙마한 것과 함께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탈당으로 주류자리를 내줘야하는 입장으로 뒤바뀌었다. 특히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던 초선 의원 108명 가운데 이번 공천 및 총선 과정에서 재입성에 성공한 사람은 35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3선 이상 중진급만 24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당대회 등 지도부 구성에 뜨거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추미애 당선자다. 추 당선자는 ‘추다르크’라는 애칭에 걸맞게 ‘야당다운 야당’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추 당선자로서는 당내 확실한 지지기반 확보가 당면과제로 안고 있으나 손학규 대표측의 지원이 있을 경우 한번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다. 또 천정배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치열한 정체성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세균 의원 상대적으로 우위
천 의원 역시 개혁성향이 분명한 것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제1야당의 대표가 갖춰야 할 대중성 측면에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거론되고 있는 정세균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인 점과 당내 각 정파의 신망이 두터운 점 등을 활용한 내부의 세력 우위를 기반으로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추미애 당선자와 천정배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정세균 의원도 약점은 있다. 민주당의 극복과제 중 하나인 열린우리당과 호남당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와 원내 지도부 선출에 따라 오는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당 대표 등에는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정세균 천정배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는 당 대표가 곧 바로 대권을 향한 ‘연례절차’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원내지도부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요 광역단체장 출마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복선이 깔려있는 것이다.
4선의 이미경 의원의 경우 이번 지도부 도전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김한길 이계안 의원과 낙선한 임종길 의원,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도·보수로 ‘우향우’
통합민주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는 것과 함께 당 안팎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정체성이다. 이는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지난 5년간 어설픈 진보 노선으로 국민의 실생활보다는 이념에 치우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이념은 오만과 독선으로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부쳐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통합민주당이 중도 보수로 색깔이 바뀌어져 가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95명 중 52명이 당선됐다. 이번에 원내 첫 진입한 의원 21명을 제외한 재선 이상 60명을 분석한 결과 중도 27명 또는 실용보수 24명 등 전체의 85%가 중도 보수로 조사되면서 당 전체적으로 보수 이미지가 강화됐다.
주로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는 손학규계 대표주자 격인 송영길 의원은 이번 총선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며“대운하 같은 것은 막아야 하지만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비판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천 대표는 지난 4월11일 회의에서 “당의 정체성과 정책 노선을 선명하게 부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도개혁주의를 기치로 ‘열린우리당 색깔 빼기’에 나선것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손학규 대표측 역시 중도개혁주의와 유사한 ‘민생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박주선 당선자도 “당 전면에 나선 사람들이 임무교대를 통해 세력 교체 등 당 정체성 확립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맞설 선명야당의 정체성 확립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진보 개혁 그룹이 힘을 얻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은 예나 지금이나 중도진보 중도개혁 이었다”며“통합민주당을 사람들은 현재도 이 노선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민생문제를 중심으로 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데도 이 노선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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