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
"5년후 웃겠습니다"
노무현이 진 열두 가지 짐
북핵·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해결 목표 세우고 2월25일 새 정부 출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국정목표로 하는 제16대 ‘참여정부’가 2월25일 역사적인 출범을 했다. 월드컵,
12월의 대선, 그리고 촛불시위까지 그 중심에는 항상 국민이 있었다. 국민들은 이제 단지 받고 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변모했다. 이런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노무현 정부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장밋빛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외교 통일 국방 정치 행정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12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내걸었다.
한반도 위협 해소 가장 시급한 숙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핵 사태로 불거진 한반도 안보 위협 해소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닷새 후인 지난해 12월24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꾸렸을 정도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정착은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의 여건 조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항이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남북 당사자간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한미일 공조와 중러, EU 등 국제사회와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남북이 당사자로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유관국이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정전협정을 대체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전략이다.
노 대통령은 남북간의 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정상회담도 갖는다고 밝혔다. 또 군사당국자간 회담을
정례화하고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군사적 지원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 아래 군사적 압박 전술도 병행한다. 북한의 불특정
위협과 비군사적 위협을 동시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을 우선 보강할 예정이다. 정보, 정밀 타격분야를 중점적으로 확보하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무기체계의 독자개발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요량이다.
부패한 정치와 행정을 바꾼다
정치, 행정 분야에서 노 대통령은 △부패 없는 사회·봉사하는 행정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노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김대중 정부를 따라다녔던 ‘부패’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 을 선포했다.
청와대 내 권력형비리와 고위공직자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패척결을 위해 국민적
의혹 사건과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한시적 상설 특검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과감한 검찰개혁도 추진한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화 해 검찰인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 또 검사의 소신 있는 결정을 유도하도록 검사동일체 원칙을 개선하고, 일부 민생치한
범죄에 한해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받는 전제 아래서 경찰수사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시민옴버즈맨제도를 도입해
부패추방을 위한 시민참여의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방분권과 관련, 노 대통령은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며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게 사실.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칭)’를
예정대로 구성할 계획이다. 향후 잠정적인 추진일정은 일단 올해 추진조직을 정비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특별법을 제정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예정지를 지정하고, 2005∼06년에는 설계와 지가 보상에 들어가 2007년 선도부처 이전을 위한 부지조성공사에
착공한다. 한편, 중앙에 집중된 기능과 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하며, 지방재정을 효율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도움도 줄 방안이다.
지방소비세 신설과 국세와 지방세간 세목교환, 차등보조율 적용이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지방대학도 육성한다. 국비장학금과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첨단시설과 기자재를 확충해 지방대학이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방대 지원비율은 현행 8.5%에서 20%로 대폭
늘린다.
정치개혁과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의 ‘참여’와 ‘통합’을 통한 ‘청정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국민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특정 정치인과
계보가 독점해왔던 폐쇄형 정치를 개방형 정치로 전환, 정당의 당원 또는 지지자로서 그 정당의 당직 선출과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을 위해서 중앙과 지방, 노와 사간의 분열을 해소하고 여성과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고 노 대통령은 말했다.
특히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형태의 선거구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혀 이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분야 개혁 과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미래를 열어 가는 농어촌이 노 대통령이 밝힌 경제분야
국정 해결 과제다.
경제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의 ‘개혁성’ 자체가 불안요소로 지적
받고 있는 것. 특히 해외의 시각은 그를 괴롭힌다. 따라서 개혁이 기업가나 해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노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재계의 견제를 받아 왔다. 인수위를 향한 전경련 김석중 전 상무의 “인수위 지향점은 사회주의적”이라는 노무현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이 곱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대기업 집단의 왜곡된 소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SK 최태원 회장이 법정 구속됐고, 두산 엘지 한화 삼성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앞으로 노 대통령은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를
공개하는 한편, 소액다수 서민층 소비자를 위한 공익집단소송제 등을 도입, 개혁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변방의 역사를 극복하고 자주적 역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동북아가 EU와 같은 지역통합을 이뤄 세계 경제 중심지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구상에서 우리나라는 당연히 그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천 부산 광양 등을 동북아 중심 물류기지화하고
남북과 유라시아 대륙 연계 교통망 구축, 종합물류정보망 구축 등으로 전략적 뒷받침을 할 계획이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목표지향적 기술전략’과 ‘제 2의 과학기술 입국 계획’을 세웠다.
파탄난 농업경제는 노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 ‘농어업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범정부적인 구축을 통해 문제 해결을
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일단 새 정부는 정책자금 금리 인하, 장기분할 상환과 워크아웃방식 도입으로 농가부채에
대한 농어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힌다. 또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WTO 체제 아래서 수입개방은 대세. 농어민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차별 해소 통해 삶의 질 향상
‘삶의 질 향상’이 최종적인 국가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보건 복지 여성 환경 문화 교통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참여복지와 관련, 여성과 장애인 등 소외받는 계층에 대한 정책이 눈에 띤다. 새 정부는 보육료 50% 지원과 육아휴직제 도입을 통해 모성보호와
여성의 사회참여를 돕겠다는 생각이다. 또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확대해 장애인과 노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성 학벌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적극적 차별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해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을 구현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여성 장애인 지방대학 졸업생을 채용할 경우 정부 입찰에 우선권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특별법을 제정해 외국인근로자 고용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간 여성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해
왔던 호주제 폐지도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분야에서는 학벌타파와 대학서열의 완화가 주목받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서울대 학부정원의 단계적 축소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의 방향
전환, 학력차별 금지제도 도입이 제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육분야에서도 농어촌 도서벽지학교의 지원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격차 해소
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늘릴 예정이다 또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계하기 위해 이공계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고 과학기술발전 추세와 산업수요에
부합하게 교육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노사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 특히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 조항이 노동계의 ‘국가보안법’이라는 지탄을 받아 온 만큼 이의 개선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사분규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분규 관련 법위반자는 불구속 수사관행을 확립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는
노동자들의 참여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등에 지워진 짐의 무게를 견디고 한 발짝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우려와
함께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