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파워! - 여자도 할 수 있다
‘금녀의 문’ 부순 여성들
프로복서 비뇨기과 의사 카레이서 등 속속 등장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과 남녀평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장관 소방관 장군 등의 등장으로,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곳에서 ‘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이들은 성(性)적
고정관념을 탈피, 남성과 동등한 조건에서 당당하게 맞서 경쟁하면서 남성 못지 않은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복싱
타이틀전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인영(31)씨. 그녀는 복싱을 보통 다이어트를 위해 취미삼아 하는 여느 여성과는 다르다.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사각의 링 위에서 피 튀기는 경기를 펼치는 ‘프로복서’다. 생김새에서부터 남성다움이 물씬 풍기는 그녀는, 남성 못지 않은 강인함과 승부근성이
있다. 학창시절 특별히 운동에서 남다른 재주를 보인 그녀는 인근 남학교에서도 당해낼 주먹이 없었을 정도로 파워풀한 힘을 과시했다. 권투를
하기전에는 트럭운전사로 일했을 정도.
그녀를 훈련시키고 발탁시킨 전 한국 플라이급 챔피언 출신 김주병(51) 산본체육관장은 이인영 선수에 대해 “마치 권투를 위해 태어난 선수
같다. 남자 선수와 스파링을 할 때도 제대로 맞춰 다운시키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로 펀치력이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이인영은 29세 늦깍이로 체육관을 드나든지 10개월째 프로복서 테스트를 받고 단 1개월 만에 프로선수 자격증을 따는 등 쾌속행진을 거듭하며
한국플라이급 챔프에 올랐다.
현재 5전전승(2KO)의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고,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을 목표로 뛰고 있다.
종교분야에서 특히 여성의 벽은 높기만 하다. 지난 4일 조계종 사상 최초로 비구니인 탁연(卓然 .54) 스님이 총무원 문화부장으로 임명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총무원의 서열 5위에 해당하는 최고위직에 여승이 임명된 것은 1962년 통합 종단 출범 이후 처음이다. 총무원 문화부장은 전국의 사찰에
흩어진 수만점의 사찰 문화재를 관리하며, 문화 행정을 총괄한다.
비구와 비구니간 관계의 불평등에 대한 지적에 탁연 스님은 “부처님 법에 100세 비구니가 3세 비구에게 절하도록 돼 있어 그 법도 이내에서
행동하고자 한다. 그러나 비구니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하는 데는 반발해야 한다. 행정 일은 우리들이 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부처님 율법은 시대와 상황에 맞춰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비뇨기과에도 여의사가 늘고 있다. 그 첫 물꼬를 튼 사람은 이화여대 비뇨기과 윤하나(33) 교수. 지난 1999년
한국 최초의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화여대 비뇨기과 교수로 임명돼 현재 이대목동병원에서 전임의로 재직중이다. 여성인력이
생식기 질환을 다루는 비뇨기과 진출을 꺼린 것은 유교적 전통이 강한 사회적 배경에 있다. 올해에는 두자리 수에 가까운 여성전문의들이 배출될
전망이어서 세태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성인방송국, 성인 잡지 등 성인물 업계에도 여성 고급인력들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기획부서나 작가 전문기자 PD 등
핵심인력들이다. 인터넷 자키(IJ)의 생방송을 연출하는 모 인터넷 방송국의 백영해(28) PD는 성인 인터넷 방송국 최초로 여성 PD가
돼 화제가 됐다. 그녀는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쉬워 자연스러운 방송을 꾸밀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방송(EBS)에서 FD(무대감독)으로
5년간 경험을 쌓아 이 길에 들어섰다. 처음엔 직업적 편견에 망설임도 많았지만 회사 내 “독한 X”, “디아블로”란 별명을 얻을 만큼 악착같이
일해 ‘프로’라는 소리를 듣는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