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파워!
- 새 정부 여성 중용
참여정부 이끄는 ‘립스틱파워’
청와대 비서관 7명, 장관 4명 중용
새 정부 출범이후 정치권의 여성계는 청와대
비서실 인사와 조각을 지켜보면서 사뭇 고조된 반응을 보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과거처럼 구색 맞추기나 끼워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차관급인 국민참여수석 등을 포함해 6명의 여성 비서관이 발탁된 것과 조각에서는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에
이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법무장관이 중용되는 등 금녀(禁女)의 벽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여성정치인의 입지 확보를 위해 정당의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앞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여성 파워가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립스틱 파워’
참여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 여성계는 역대 어느 정권 비해 높은 역량을 발휘했다. 청와대 여성 참모진에는 차관급인 박주현(40) 국민참여수석을
비롯, 1,2급 비서관에 송경희(41 대변인), 황덕남(46 민정 법무), 최은순(37 국민참여 국민제안), 김현미(41 홍보 국내1),
이지현(34 부대변인겸 외신담당) 비서관 등 모두 6명 발탁됐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수행 비서관인 이은희 씨
까지 합하면 모두 7명인 셈이다.
비서진은 어떤인물?
차관급 인사인 박주현 참여수석은 전북 군산출신으로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엘리트 변호사다. 1988년
민변에 가입했으며, 시민공익법률 상담소에서 무료 변론을 했고,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 경실련, 참여연대, 여성민우회 등에서 일해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변인에 내정된 송경희씨는 1961년생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석·박사를 마쳤다. 1982년
KBS 아나운서 공채 10기로 입사해 약 1년 반 동안 활동했고 이후 LA 미주 동아일보 기자, KBS 라디오 프리랜서 MC, 스위스 그랜드호텔
홍보실장, 방송위원회 편성정책 연구회의 위원을 지냈다.
송 대변인은 박선숙 전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연속해서 ‘여성 대변인 2호’로 기록됐으며, 박주현(40) 참여수석과 더불어
청와대를 대표하는 40대 여성인사가 됐다.
김현미 비서관은 1980년대 말 당시 이우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민주당 부대변인을 역임한 정당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각종 유세 현장에 동행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이지현 비서관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의 딸로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지난 1991년 SBS에 입사, 뉴스 앵커를 맡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덕남 법무 비서관은 1957년 생으로 서울고등법원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해왔으며, 최은순 비서관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기대와 우려
이번 신정부의 여성비서관 인사에 대해서 “신선하다” “여성계를 배려한 인사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업무 해결에 있어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인선을 두고 지난 1998년 DJ 정부 출범초기에 여성이 4명이었던 점과 비교해 볼 때 파격적인 인사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언론계에서는 공보업무가 단순히 입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대변인 실의 이해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
또한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후보시절 여성에 대한 배려를 약속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 40명에 달하는 비서관 중 여성을 단 6명을 뽑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정부 인선의 ‘백미’ 강 법무장관
한편, 노무현 정부는 지난 2·27 조각에서도 4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파격 인선을 단행했다. 과거 1,2명의 여성 장관을 모양
갖추기 식으로 중용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비율로 따져 25%에 이른다.
더욱이 이번 인선의 ‘백미’로 꼽히는 것은 강금실(46 사시23) 법무부 장관 기용이다. 강 법무부 장관의 출현으로 50년 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법원과 검찰 조직사회에 일대 태풍을 몰고 왔다. 강 장관은 사시 23회. 기수만으로 보면 한창 현장을 뛰고 있는 부장
검사급이다. 전 김각영 검찰총장이 사시 12회, 대검 이하 검찰 고위직 은 14~16회이다. 결국 까마득한 후배를 수장으로 모셔야돼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충격을 받을 만하다.
검찰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급기야 평검사들이 성명파동을 일으켜 대통령과 마주앉아 성토대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토론회는 결국
임기를 보장받은 김각영 검찰총장이 옷을 벗도록 만들었다. 강 장관은 현재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검찰의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직접나서 진화를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때문에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개혁’이라는 특명을 받은 강 장관이 연공서열을 뛰어넘어 개혁
임무를 순조롭게 풀어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 장관 카드가 성공한다면 정치권의 여성진출은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15대에 여성부 장관을 지냈던 한명숙 장관이 능력을 인정받아 참여 정부 환경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선 한 장관이 모두 여성부에
남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한 장관이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사를 지낸 경력 등이 고려됐다는 설이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가정책이 아직도 외적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경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랜기간 여성운동을 통해 장관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지 장관 기용사실이
알려지자 여성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뜻을 밝혀, 여성부의 활약이 기대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남성중심적 국가중의 하나인 한국에서 4명의 여성장관이 탄생한 것은 놀라운 일” 이라고 평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개혁성향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 에 임명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급진적 개혁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하면서 강신임장관의 얼굴을 6면 메인사진으로 게재했다.
여성 장관 넘어야할
산 많아
그러나 이들 여성장관들의 순탄한 길만을 걸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황산성 전 환경부장관의 조기 낙마나 ‘용병 발언’으로 경질된 김숙희 전 교육부장관, ‘격려금 파문’으로 한 달만에 물러선 손숙 전 환경부장관
등의 전례는 4명의 여성장관을 배출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장관들의 국정 현안에 대한 전문성 확보 여부와 조직 장악력에 대한 일부의 회의적인 시각, 그리고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잠재해있는 성
편견 등으로 단명했던 이들의 전례를 볼 때 국민들이 얼마나 성숙된 의식으로 참여정부의 여성 장관 4인방을 받아들일 것인지도 주목된다.
때문에 얼마전 검찰 인사를 앞두고 벌어진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인사권 요구는 과거의 전례를 떠올리는 사건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