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탈피 안간힘
지속되는 경영악화를 탈피하기 위해 카드사는 수수료를 올려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현대카드는 지난달부터 신규 가맹점 표준 수수료를 최고 1.3%포인트 인상했다. 대학과 대학원도 매출 기준 2.3%에서 3.6%로 1.3%포인트, 일반 백화점은 3.2% 에서 3.6%로 0.3%포인트, 대형 할인점은 2.2%에서 2.7%로 0.5%포인트, 홈쇼핑은 3% 에서 3.15%로 0.15% 각각 올렸다.
삼성카드도 그룹내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것과 함께 그동안 수익성에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제휴카드에 대한 수수료 현실화를 들고 나섰다. 결국 지난 2월 CJ홈쇼핑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를 0.5%포인트 인상하는데 성공했고, 현재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과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악의 한해를 보낸 LG카드 또한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 조율에 들어간 상태며, BC카드도 가맹점에 대한 수익성 분석이 마무리 되는대로 전반적인 수수료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카드사들의 수익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던 현금서비스 부분의 이용 금액이 점차 감소하면서 이에 대한 수수료도 높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부터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의 0.4%인 취급수수료를 0.5%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과거 100만원을 서비스 받을 경우 4,000원의 수수료를 떼었던 것을 앞으로는 5,000원으로 높이는 것이어서 현금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고객은 이용금액의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0.1%포인트가 높아지는 셈이다.
삼성카드도 3월부터 취급수수료를 0.3%에서 0.5%로 0.2%포인트 인상했고, 연체이자율도 2%포인트 가량 인상된 연29.9%를 적용하고 있다.
KB카드는 2월 말부터 25만원 미만의 현금서비스에 대해 최저 취급수수료 1,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종전 0.4%의 취급수수료율이 일률 적용될 경우 현금서비스 10만원을 받으면 400원만 내면 됐었다. 롯데카드 또한 롯데백화점카드를 자사 카드로 전환한 회원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연 25~29%의 연체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카드채 금리 흡수위해 불가피
카드사들의 수수료 올리기에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도축소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면서 신용불량자 대부분이 카드와 연관돼 이제 남아있는 것은 우량고객으로 그동안에 입었던 손실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가 376만8,305명으로 4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는 245만4,605명으로 전체의 65.14%에 달해 신용불량자 3명중 2명은 카드가 원인이었다. 카드대금과 관련된 연체자는 221만3,647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만8,166명(1.75%) 늘어난 것에 불과했지만, 카드론은 6만5,794명(6.16%)이 많아졌다.
특히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의 증가 속도가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나 ‘옥석고르기’를 끝낸 카드사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맞추기에 나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의 손익분기점은 2.5%인데 평균 2.25%에서는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가맹점이 그동안 카드거래가 매출에 상당부분 일조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수수료를 올린다는 것을 ‘소비자 부담 증가’라고 치부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인상과 관련해서는 최고 9%에 이르는 카드채 금리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 또한 현실화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가 과당경쟁으로 인해 가맹점수수료의 비 현실화와 함께 무분별한 서비스 제공 등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카드사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하다 적자를 본 뒤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손실 10조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환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12월말 연체율은 14.3%로 11월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했고 LG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1.8%포인트 낮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체규모 또한 6,000여억원이 줄어 자산건전성이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카드사들은 10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해 자산건전성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수익성에 대해서는 의문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LG카드는 카드사 손실의 절반이 넘는 5조5,989억원을 손해를 봤고, 외환 1조4,304억원 우리 1조3,206억원 삼성 1조2,900억원 순이다. 이들의 연체율도 지난해 하반기 들어 비록 꺾였다고는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으로 카드사의 위기가 연장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난을 겪으며 현금서비스 중시까지 시행하는 등 파행을 겪다가 구조조정 귀재로 불리는 박해춘 사장에게 경영을 맡긴 LG카드는 지난해 3월말 10.41%였던 연체율이 6월 한때 9.32%까지 낮아 졌지만 11월 14.66%에 이어 12월에는 18.05%까지 치솟았다. 비록 박 사장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이후에나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수익에 대해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카드도 최근 삼성생명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출자받는 것도 모자라 추가 5조원을 빌릴 예정이어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