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초로 공채경영체제 구축
내부승진 통해 『李-姜』체제 완성…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지난 달 14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어 유상부
전 회장 퇴진에 따른 후계 경영체제를 논의한 끝에, 이구택 사장을 회장으로, 강창오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회장제’를
현행 유지하면서 제9대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이구택 회장-강창오 사장’ 체제는 포스코 역사상 공채 기수가 내부승진을 통해 회장-사장체제를 이룬 첫 사례일 뿐만 아니라, 회장과 사장이
모두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이란 점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역대 정권에서 권력의 ‘입맛’에 따라 경영권이 좌지우지
돼 왔기 때문.
규모상 회장제 존속 불가피
이사회에서는 회장제 ‘옥상옥’ 시비에도 불구하고, 10개가 넘는 자회사 관리를 위해 회장직 존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대신 내부승진으로
이 회장-강 사장 라인을 구축, 경영의 연속성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
이 회장은 포항제철(포스코 전신) 공채 1기 출신으로 철강전문가인 데다, 유상부 전 회장 밑에서 5년간 경영수업을 쌓았고 강 사장 역시 종전
부사장 가운데 선임격으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와 철강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들은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포스코 공채 선후배 지간이라 철강산업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정책본부와 신사업본부장, 경영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는 등 포스코 내 기획통으로
유명하며, 강 사장은 제선부장과 도쿄지점장, 포항제철소장을 거치는 등 철강산업 실무경험이 많아 상호 보완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앞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최광웅 부사장과 김한경 전 SK부회장을 각각 상임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와 유현식 전 삼성종합화학 사장은 감사위원회위원을 겸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회장, “독립적 사외이사제 만들 것”
주총에서는 매출 11조7285억원, 당기순이익 1조1013억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재무제표를 승인했고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또 70%(중간배당 10% 포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으며 이사보수한도를 지난해 31억5000만원에서 35억원으로
늘리는 이사보수한도 승인건도 가결했다.
회장 선출의 첫 관문격인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됨에 따라, 회장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올해 기업지배 구조를 열심히 연구해 사회적으로 수용도가 높고 더 독립적인 사외이사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태현 이윤 조성식 최종태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이밖에 장현식 권오준 정동화 김진일 이춘환 이동희
최병조 이상영 성현욱 박한용 부장은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또 일부 직제개편도 단행했다. 경영지원실을 폐지하는 한편, 임원 및 계열사 임원 인사, 대외협력업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을 신설했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