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戰속 이라크 전쟁 -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 (2)
“주한미군철수 발언은 노무현 길들이기”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이라크
전쟁을 전후로 정체불명의 ‘한반도 전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궤를 같이해 미국도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국내 민심은 몹시 어수선하다. 이철기 교수는 한반도 전쟁설을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한 압력용으로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면적인 철수 가능성은 전무하며,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북한위협론’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왔던 ‘3월 한반도 전쟁설’이 이라크 전쟁 개시를 전후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는가?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이라크 다음 목표는 북한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온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북폭
내지는 군사적 행동 역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미 고위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이 같은 발언들이
잇따른 것은 한국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즉, 미국은 한국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용으로 이 같은 발언들을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연이어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이 왜 이런 발언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해외주둔미군의 개편과 감축의 일환으로 이미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데는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분위기를 잠재우고 노무현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는 한국정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의 계획에 따라 추진될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면적인 철수 가능성은 전무하다. 중국 봉쇄에 두어져
있는 미국의 세계 및 아시아전략 목표에 따른 한국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아시아전략의 핵심인 주일미군의 철수
문제도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한국 내 보수층을 자극해 한국정부에 대한 압력용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파병과 관련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파병이 한반도의 전쟁억지를 위한 안전벨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라크문제에 대해 군사적 해결을 지지하면서, 어떻게 북한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명분만을
상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 대해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끝난 이후, 자신의 강경대외정책의 명분을 위해 새로운 적이 필요하고, 그 유력한 것이 북한이라는 점에서, 대북강경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지지하고 파병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은 계속 ‘북한위협론’이라는 카드를 쓸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미국의 정책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른바 ‘한미공조’의 미궁에 빠져 미국의 변화와 시혜적 조치만을 바라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의 당당한 정책과 원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국가와 국제사회에 도움과 협력을 요청해 풀어가야 한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