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코로나19 근본적 차이"…서로 다른 대응 필요
[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시킬 수 없다며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을 열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방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처럼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감염병이 아니다"라며 "최종목표는 종식이 아니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료 지원 중심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식시킬 수 없는 이유로는 ▲면역 보유 인구 전무 ▲무증상 감염자 상당수 ▲일상 생활 속에서도 쉽게 전파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오 위원장은 "무증상 감염자와 유증상자의 바이러스 배출량과 기간을 비교하면 거의 동일하다"면서 "증상자 중심으로 한명 한명을 쫓아가는 현재 방역수단으로는 확산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한지 5개월, 즉 150일 지났는데 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으로 가는 데 통상 5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지적하는 n차감염은 25~30차 감염에 해당하는 환자"라면서 "역추적해서 어디서부터 왔는지 밝히는 것은 팬데믹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해외 23개 지역의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자료를 근거로 들며 "무증상 감염자가 파악된 확진자 수의 10배"라는 학술적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정부는 지난 4월27일 국민 6만명에 대한 무작위 검사를 실시한 결과 4500만 인구 중 225만명(5%)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이는 스페인 정부가 파악한 확진 환자 수인 23만명의 10배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은 항체 양성률이 47%에 달했고 프랑스 우아즈는 25.9%, 독일 간겔트 지역은 15%였다.
오 위원장은 "무증상 감염자가 10배 이상 많고,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위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조기진단과 접촉자 추적, 격리 근간으로 (대응)한다면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구멍 뚫린 방역'도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방역 관련해서 메르스와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똑같이 대응하면서 똑같은 목표를 원하는 듯 하다"면서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소위 '슈퍼전파'가 이뤄진 이후 젊은 경증환자까지 모두 입원시켰다가 정작 고령 중증환자가 치료 받을 병상이 부족했던 사례를 지적하며 "코로나19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시기 메르스 방역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가 큰 혼란을 겪었던 대구·경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증환자 50명이 퇴원하면 남는 병상에 중환자를 받으면 500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면서 "양성자 모두를 전부 입원시킨다면 특별히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아도 될 환자와 꼭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 자리가 없고 그 비율이 10대 1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