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인천 추진에 30년 노하우 대덕밸리 반발 거세…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동북아경제 중심국가건설’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명칭에 대한 논란도 일어 동북아중심국가에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로
변경되는 등 국내 외의 관심이 높다. 지난 1월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인천 송도를 동북아 R&D허브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혀 과학기술특구 지정을 기다리던 대덕밸리에서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북아 R&D 허브의 조건?
R&D는 기업 또는 연구소 등의 ‘연구개발’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통한 산업화가 가능할 경우에 그 지정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동북아
R&D 허브 조성’ 논란에 앞서 우선 기본적인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밭대학교 박준병 교수가 제시하는 R&D 허브의 조건은 3가지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R&D 기반’이다. R&D
하드웨어 기반은 연구소, 대학, 연구시설 등이고, R&D 소프트웨어로는 연구개발인력 연구개발 클러스터 연구개발 과학문화 그리고 연구원
주거생활의 질을 들 수 있다. ‘R&D기반’에 이 두 가지가 갖추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이다. 실리콘밸리는 향후 10년간 핵심역량의 원천을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로 규정한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IT기술과 BT, NT 기술 등이 융합 되는 BIT, NIT라는 신조어가 일반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동북아 R&D허브는
기존 R&D 기반의 첨단연구 활동들이 네트워킹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연구결과물 산업화 연계망의 중요성이다. 첨단산업의 경우 R&D 기반의 연구결과를 산업으로 연결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연구개발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덕밸리가 송도IT 밸리의 R&D 지정을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발 단계인 송도는 당초 국제업무단지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으나 인수위에서 IT와 R&D 중심지로 바꾼 것이고, 동북아 R&D허브 역할 기대는 향후 10~20년 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백종태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회장은 “대덕밸리가 보유한 1만6,000여명의 우수인력과 IT, BT, 등의 첨단기술 축척 및 수많은
국가출연연구소와 민간기업연구소 그리고 30년 동안 집적된 기술과 30조원의 조성비까지 허허벌판에 가까운 송도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고
주장한다.
송도의 가능성은?
새 정부 출범 전 인수위의 송도 선택 이유는 ‘서울과 가깝고 인천항, 인천공항과의 연계를 통해 물류면에서도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각종
산업과 연구부문 선정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덕밸리의 반발이 거세지자 새 정부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이에 대해 대덕밸리 관계자는
“정부에 동북아 R&D 허브 조성 태스크포스 팀이 생긴 이상 차제에 관련부처, 또는 관련인사와의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송도 지역에 유치될 것으로 유력한 5대 업종은 디스플레이, 시스템IC, 모바일, 카 일렉트로닉스, 바이오 등이고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이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 김대환 교수는 지난 1월29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송도 신도시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연구개발 단지로 개발하고 김포매립지에 벤처타운을 입주시킬 계획이며, 국제 공항과 항구가 인접한 부산 인천 광양항 인근지역은 동북아
물류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였다.
내외경제 2월4일자 기사에 인수위는 ‘5대 업종 유치’ 이유를 들며 송도 지역이 해안기후 특성상 IT업종의 제조, 생산은 어렵지만 주변산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실험용 공장을 갖추는 수준의 R&D센터나 R&D 전문기업을 집적하는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는 매우
유리한 입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송도 R&D 허브 지정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는 이유를 추진 준비중인 인수위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해안기후 특성상 제조, 생산이
어렵다면 R&D 결과물 산업화 연계가 어렵고 기형적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덕밸리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동북아 R&D 허브를 바라나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과 관련해서 경제자유구역, 과학기술특구, 동북아 R&D허브 등 그 의미가 혼동된 채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말하면 과학기술특구는 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며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자유롭게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특별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각종 규제 및 세금 등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지역을 의미한다.
즉, 단순한 외자유치 수단이 아니며, 모든 기업이 최상의 조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제조, 물류, 관광업종의 외국인 기업(1천만 달러 투자시)에 대해 △법인세와 지방세 3년간 면제 △이후 2년간
50%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동북아 R&D 허브는 경제자유구역이나 과학기술특구 보다 상위레벨로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지는 않았으나, 외국기업 뿐만 아닌
국내 기업에도 돌아갈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정될 경우 ‘지역 발전 보장’이라는 큰 메리트 때문에라도 해당지역으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성지’인 것이다. .
힘의 논리 적용될까
대덕밸리는 지난 3월7일 정부의 송도 동북아 R&D허브 조성 구상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R&D 허브 구축단’을 구성하고
팀장에 백종태 벤처연합회장을 선임했다. 구축단은 현재 4개의 소위원회로 나뉘어 정책연구 중이다.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분석자료를 토대로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의 동의를 얻고 정부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덕밸리 R&DB 시스템
구축, 국내외의 지역적 연계, 외국기업 및 외국연구소 유치전략, 대덕밸리의 현황분석 등 연구한 결과물의 홍보부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최영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동북아 R&D 허브로 인한 지역간 갈등에 대해 “지역이 어느 곳이던 간에, 이러한 핵심적 요소들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대하여 명확한 그림을 그린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R&D 허브 조성’으로 지역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자 인천을 위시한 송도와 영종도 등에 대해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3월13일 대전을 방문한 정태인 청와대 동북아 팀장으로부터 R&D 지정 약속을 받았다는 백종태 구축단 팀장은 ‘정부가 인수위
보고서대로 추진하기 위해 경제부처와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를 계속 공략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