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14,500원 |
시체와 관련한 기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시체보관소 문에 손톱으로 긁혀진 자국이 있다거나 해부실에 갇힌 의대생이 공포에 질려 죽었다는 괴담, 혹은 만두에서 손가락이 나왔다는 소문 등, 시체는 우리에게 수많은 상상력과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과학작가인 저자 메리 로취는 이 책의 제목이자 딱딱한 상태, 즉 사후경직이 일어난 시체를 의미하는 ‘스티프’에 얽힌 사실과 오해를 유쾌한 어법으로 풀어냈다.
의학발전에 지대한 공로
산자만 바쁜 것이 아니라 죽은자도 바쁘다. 땅 속에 가만히 누워 썩기만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험실에서 마취주사 없이 절단 당하기도 하고, 안전장치 개발을 위해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올라 건물 벽과 정면 충돌하기도 한다. 총탄의 인체 관통과 방탄복 실험에도 참여한다. 산자를 위해 죽은자가 희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검의 위대함’을 기록하기 위해 해부실습과 인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1991년 로이터의 ‘손님들, 인육만두 맛있게 먹어’라는 기사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하이난 섬도 여행했다. 취재 결과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묘사해 자칫 비위가 약한 독자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나 매우 생생하다.
“인간 머리는 통구이용 닭과 크기, 무게가 비슷하다”, “부패과정에 들어간 시신은 눈두덩은 푹 꺼지지만 배는 유독 팽창한다. 박테리아들이 활동하며 배출한 가스가 차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하시엔다(파리유충)들이 바통을 이어 활동한다. 유충들의 움직임은 뻥튀기를 갉아먹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등의 대목이 그런 식이다.
인육은 만병통치약?
과거와 현대 역사 속에서 시체를 둘러싼 엽기적인 사건들도 소개됐다. 절도 강취 매매 등 범죄행위와 식인행위 등이 수록됐는데 놀라운 것은 의료의 목적으로 인육을 먹는 행위가 오래 전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다는 점이다. 중국 ‘본초강목’에는 ‘밀화인’이라 하여 꿀에 함빡 절인 사람의 유해가 상처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있고,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는 갓 죽어 식지 않은 검투사의 피가 간질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해 암거래된 선례가 있다. 화가 디에고 리베라도 회고록 ‘내 예술, 내 인생’에서 건강을 위해 사람고기를 두달간 섭취했다고 고백했다.
섬뜩하고 징그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논의된 경우가 적어 이 책은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곳곳에 나타난 저자의 유머스런 표현은 재미를 한층 강화하고 죽음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각에서 동정과 연민을 분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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