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우선의 ‘아름다운 편견’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의 세상을 향한 외침 ‘니가 뭔데…’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정말 모든 이에게 법은 평등하며 누구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권운동가인
저자 고상만 씨는 10여 년 넘게 일하면서 만나게 된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인권 유린 현장에 대해 기록한다. 은폐된 진실에 대한 폭로는
격정적 목소리를 취하진 않지만 독자를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울분으로 울리기에 충분하다. 저자가 분신자살한 빈민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씨에게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노라. 당신의 이름과 당신이 세상에서 살다가 떠나게된 그 사연을 꼭 세상에 남기겠노라”고 약속한 것에 대한
이행으로 발간됐다.
의문사
진실 규명
이야기는 저자가 인권운동가로 살게된 계기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전개된다. 저자와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그의 선배 김용갑 씨는 학생회장이 된지
불과 20일만에 한적한 도로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그리고 1년 후, 그의 추모제를 준비하던 동기 정연석은 한 맺힌 비명을 지르며 불길
속에 몸을 던졌다. 두 젊은이의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해, 힘없는 이웃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사회적 약자 우선의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불심검문과 공권력 횡포, 경찰의 여대생 성추행사건 등 저자는 인권 유린의 현장을 고발한다. 또 1998년 2월24일, 판문점에서 숨진 김
훈 중위 사망 사건에 대한 의혹을 다루면서 군 의문사의 진실에 대해 파헤친다. 그가 제시한 심도 깊은 의혹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김
중위 외에 매년 300명, 그 중 100명은 지금도 ‘군 의문사’라는 이름 하에 묻히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
마지막 이야기 ‘조중필과 어머니’는 현재진행형의 아픔이다. 작년 의정부 여중생 효선이와 미순이 사건보다 앞선 1997년 잘못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피해자로 ‘가해자 없는 살인사건’으로 종결된 사건이다. 홍익대학교 3학년 조중필 씨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미국인 패터슨과 애드워드 리에게
잭크 나이프로 무려 9군데나 무차별 난자를 당해 사망했다. 살해 이유는 단지 ‘재미’였다. 하지만 진범으로 지목된 패터슨은 1년4개월만에
특사로 석방됐고, 애드워드 리 역시 공방 끝에 1년5개월만에 무죄로 풀려났다. 사실상 ‘그저 재미 삼아 죽인’ 살해범들은 처벌되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이 됐다. 그리고 남은 건 어머니의 처절한 한과 울부짖음이었다.
‘니가 뭔데…’는 저자가 인권운동을 하면서 숱하게 들은 말이다. 냉소적 어투로 “니가 뭔데”라고 협박하는 공권력 앞에 저자는 이제 똑같은
말로 되갚으려 한다.
“니가 뭔데!”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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