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판짜기’ 밑그림 누가 그리나?
청와대, 총선 겨냥 신당창당 가닥
민주당, 정계개편 주요변수
보-혁구도 새로운 정치유형 만들 수도
4월24일
재보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권의 ‘새판 밑그림 그리기’가 본격 시작됐다. 16대 대선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당 개혁안에 대한 개혁성향
의원들과 당권을 쥐고있는 중진 의원들 사이의 균열이 커지면서,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야할 때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개혁세력과 구주류의 갈등 이면에는 盧心이 작용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청와대 역시 현재의 민주당으로 경쟁력이 희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내내 당내 핵심측근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정계개편에 대한 생각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독대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신당 창당을 구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나라종금 사건과 4·24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이 어느 선에서 어떻게 이루어질지 예단하기 힘들 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정계개편 뇌관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 주요변수다. 이미 대선 전부터 분열 조짐을 보여왔던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노와
비노 사이의 갈등과 신주류내 강경개혁파와 당권파의 대립이 점차 심화되어 왔다.
신당창당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당 개혁을 통해 주도권을 행사하려던 신주류의 계획이 구주류쪽의 반발 등으로 끝내 무산될 처지에 놓인 당내정치 현실이
깔려있다.
신주류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은 최근 “당개혁이 좌절되면 신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고, 천정배 의원은 지난 3일 4·24 재·보선 결과에
따른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해찬·신기남 의원 등 신주류 강경파쪽 10여명이 지난 3일 “당 지도부 즉각 사퇴와 임시지도부 구성”을 촉구하며 세 확대에 나선 것도 향후
신당창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줄곧 신당론을 가장 강경하게 주장해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당 개혁이
좌절되면 먼저 탈당해 개혁당, 한나라당 개혁파들과 합쳐 신당을 만들고 ‘호남당’을 탈피해 다음 총선에서 1당으로 부상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지난 7일 이상수 사무총장이 제안한 △임시지도부 구성 후 △5월 조기전당대회 등의 절충안에 대해서도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대철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조기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는 6일 여권내부에 떠도는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당을 잘 개혁해 고쳐서 나가자는 생각이 사람들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구주류와의 결별 및 개혁세력 연대를 통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신주류 강경파의 내심과 달리,
민주당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당 면모를 일신하는 방법으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어서 신주류 내부의
이견이 어떤 쪽으로 정리될지와 이를 통해 정계개편의 방식과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분열 정계개편
요인
한나라당 역시 대선패배 이후 당 개혁을 요구하는 개혁성향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이 지도부를 옥죄고 있다. 이부영 김홍신 김부겸
서상섭 의원 등 10여 명이 참여한 ‘국민속으로’는 “대선 패배 후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 구성된 당 개혁특위의 최종결론이 제왕적 대표체제와
민정계 주류의 일선후퇴 거부로 나타났다”며 “전면대결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초·재선 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으로 구성된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 역시 당 개혁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연대 소속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 분열과 개혁세력 결집이라는
흐름에 따라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은 당 안팎의 이상기류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당 경계선을 벗어난 반대 의원들의
결집 양상이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탈당선상에 있다는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중 일부는 탈당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기도
하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우선 몇 명이라도 먼저 치고 나가면(탈당) 다른 사람들도 막을 수 없어 왕창 무너질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명분을 빌어 나가면 일부 중진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의 영남지역 공략이 본격화함에 따라 일부 부산·경남 출신 의원의 탈당설도 나도는 등 영남권 가변성이 높아지고 있어 한편으로 이
지역이 정계개편의 주요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개혁당 신당창당 움직임
한편, 4·24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를 합의한 개혁국민정당의 김원웅 대표는 ‘지역주의 극복’을 중심으로 한 신당 구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해 부산ㆍ경남(PK)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과 모종의 접촉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신당 논의는 민주당 내 신주류와 한나라당 개혁세력, 개혁국민정당, 시민사회세력 등 4개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신당의 최우선 목표는
탈지역주의”라고 밝혔다.
그는 “신당 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4자 모두 자신들의 기득권을 고집해선 안된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인
만큼 둘다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수도권과 PK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20명의 한나라당 의원을 신당에 참여시키는게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 현재 상당수 PK 의원들과 논의 중에 있으나 실명을 밝히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철쭉이 피는 시기(5~6월께)가
되면 신당 논의가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혁 갈등 정계개편 가속될 것
정계개편을 예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라크 파병에 반대를 주장했던 ‘반전·평화 의원 모임’을 의미 있게 해석된다. 이라크 파병안 표결에 앞선
지난달 출범한 이 모임은 회원만 37명이고, 회원은 아니지만 파병 반대에 동조의 뜻을 밝힌 의원도 30여명이나 된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4일 “파병안 처리를 계기로 최소한 정치권에서 정책적 지향점의 분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명확히 드러났다”며 “정책 중심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도 “소신과 정체성, 이념에 따라 여야를 아우르는 이합 집산이 이뤄질 때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모임 자체가 정치 개혁의 구심이 되면 순수성을 의심받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정계개편 계기가
형성됐을 때 촉발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당내 개혁세력과 수구세력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첨예할 것으로 보이며, 대립각이 커짐에 따라 신당창당 등의 정계개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도 정치권의 개편움직임에 대해 “보혁구도로 가야할 것”을 주장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