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지난달 2조4000억원 가량 불었다.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 매물이 마르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자 세입자들의 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7조1303억원으로 전달(94조7296억원) 대비 2조4007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자 전세대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전셋집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탓에 전세가격이 급등했다"며 "그에 따른 전세대출 수요 증가가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 증가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8월은 전세시장 비수기로 통한다. 그러나 올해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집에 2년 더 살려는 세입자들의 수요가 늘며 매물이 크게 줄었고, 매물로 나온 전세물량은 보증금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요로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치솟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65% 올랐다. 7월(0.51%)보다도 오름폭이 커졌고, 2015년 12월(0.70%)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전월 대비 0.81%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조만간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 수요가 많은 가을 이사철에 접어든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또 한번의 전세값 급등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전세대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세대출 외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와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각각 4조1606억원, 4조704억원씩 급증했다. 다만 대출 증가세가 주목되면서도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등을 고려해 당분간 대출 조이기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