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중국, 세 나라가 지난달 베이징에서 사흘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을 가졌다. 3자회담은 지난해 북핵파문 이후 긴장으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를 녹이는 봄볕이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의 주체인 한국이 배제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북핵문제가 일차적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 여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에 있어 한국의
배제가 당연하다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고, 이것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한반도 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화의 출발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었다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반드시 참여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평화정착이 우선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하지만 향후에 계속될 북핵 관련 회담에서 한국의 참여를 꾸준히 제기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반도 문제에
구경꾼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안보관련 장관ㆍ보좌관 회의에서 “한국의 참여 문제는 명분보다는 실질적 결과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시작은 3자 회담으로 했으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다자회담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해빙무드를 탔다고 막연한
낙관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는 것에 자족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보다 주체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일궈낼 수 있는 적극적 조처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 정부가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1994년 북핵 해결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지난 1994년
10월 북한과 미국 간의 제네바합의 때, 한국은 회담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경수로 건설비만 부담하는 허수아비 역할을 했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래서 우리의 회담 참여가 중요한 것이다. 회담의 한 축으로 한국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우리의 의견과 방안이 해결의 틀로 자리 잡아야 평화를 위해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더라도 우리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도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비록 북핵에 관해 과거 북·미 양자간 의 협상으로 해결해왔지만 한국이 북핵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고, 문제 해결의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 한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다면 한국 배제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은 실질적 대화에 앞서 양측의 입장차를 탐색하는 예비회담의 성격이 짙다. 향후 실질적 회담에 한국의 테이블이 마련되고, 우리의
주도적 참여로 북핵문제 해결에 최고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북ㆍ미 신뢰구축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나아가 통일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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