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진 구설수… ‘금언령’
강금실 법무장관, 고위급 발언 자제 공식 요청
참여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다. 지난 ‘검찰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거침없는 입담만큼 대통령 참모들의 돌출 발언 역시 도를 지나친다는 지적과
함께 갖가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청와대 비서관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참모진 중 거침없는 발언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사람은 유인태 정무수석이다.
유 수석은 최근 잇단 구설수에 스스로 금언령 까지 내렸다. 그는 지난 3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공무원들의 판공비 공개 문제를
거론하면서 “내 매제가 외교부 국장인데 중앙부처 국장급 판공비가 1,000만원대로, 사실상 제한이 없더라”고 말했다. 게다가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발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정부 부처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하며 청와대쪽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입장이 곤란해진 유 수석의 매제
김수동 외교부 아ㆍ중동 국장은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유 수석은 또 지난 달 말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동구씨에게 KBS사장을 맡으라고 네번이나 요청했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말이어서 언론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서 사장의 사퇴 파문으로 이어졌다.
불필요한 발언 의혹 불러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자제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구체적 사건에 대해 대통령 보좌진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서면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나라종금 로비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문희상 비서실장은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2억원 수수와 관련해 “문제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고, 유인태 정무수석 역시 “받은 돈 전액을 생수회사에 투자했다는 말을 안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었다.
검찰내부에서는 이런 발언은 비록 당사자의 주장을 전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기는 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수사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자질논란, 폭력 구설수
자질논란을 일으켰던 사람은 참여정부 입인 송경희 대변인. 송 대변인은 지난 3월 청와대 브리핑에서 대북 정보감시태세(워치콘) 격상 발언
논란으로 북한측의 과민한 대응을 낳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그동안의 국정 이해부족 및 말실수 문제까지 겹쳐 교체론이 대두됐었다.
사건발생이후 청와대는 이해성 홍보수석, 문희상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경고’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최근 언론 브리핑 제도에 대한 갈등과
함께 홍보 기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편,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현직 의원 비서관과 언쟁중 의원 비서관에게 술을 뿌린 사건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
문학진 청와대 정무1비서관이 지난달 16일밤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도 하남의 한 상가(喪家)에서 한나라당 의원 비서관과 언쟁중에 비서관의
얼굴에 소주를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은 즉각 성명을 내고 “문 비서관을 상대로 민·형사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좌진은 성명에서 “청와대 문학진 비서관이 김 의원의 한명수 비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문 비서관의 공개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 비서관은 “앞자리에 있던 한 비서가 술에 취해 계속 문학진 씨라고 욕하기에 내가 버릇을 고쳐야 겠다고 말한 뒤 소주를 뿌렸다”며
“시비를 걸어도 그쪽에서 먼저 걸어왔다”고 반박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