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가 걸렸다.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과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의 통폐합 추진과 함께 일부 공기업의 선진화 방안을 마련·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에 대한 두 공사의 입장 뿐 아니라 전문가들간의 의견도 상반되게 제기되고 있어 통폐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15년간 끌어온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논란으로 인해 두 공사 직원들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있어 결과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기영합주의적 정치적 결단
정부는 주공과 토공을 통폐합하기로 확정하는 등 319개 대상 기관 중 41곳에 대한 처리 방안을 담은 ‘공기업 선진화 1차 계획안’을 과천청사에서 8월11일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민영화 대상의 경우 지난 5월 정부가 검토했던 50~60개에 비해 절반 수준인 27개에 머물고 있다. 이미 민영화하기로 결정났던 산업은행(2개 자회사 포함)과 기업은행(3개 자회사 포함), 대우조선 쌍용건설 등 공적자금이 들어간 14곳을 제외하면 실제 민영화를 추진하는 공공기관은 6개에 그친다.
또 통폐합의 경우도 당초에는 주공과 토공,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50여 개를 대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주공-토공만이 통폐합 대상으로 지정됐을 뿐 나머지 기관은 모두 제외됐다. 정부 출범 초기 공기업 개혁을 강하게 밀어부쳤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빠진’ 공기업 선진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추진에 공기업 선진화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두 공사의 통합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돼 왔으나 통합후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채무로 인한 거대 부실 공기업 탄생과 대형 국책사업의 차질 등을 이유로 노조는 물론 정치권 조차도 반대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두 공사의 통폐합 추진은 현실을 무시한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치적 결단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추진 이유로 두 공사의 택지개발 등 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방만 경영 등으로 인한 부실 공기업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1993년부터 여섯차례나 통폐합을 추진했으며 특히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1년 10월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에 따른 정부의 찬성논리는 △두 공사의 택지개발부분 등의 중복 기능 해소 △택지개발 이중부담 제거에 따른 분양가 인하 △운영비 절감과 고질적인 부채감소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두 공사의 과당경쟁 방지와 인력의 효율적 활용 등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 폐기
이에반해 토공노조는 통합반대 이유로 △통합 후 부채급증으로 인한 원금상환능력 상실 △주택원가 절감 등의 주장은 다소 과장 △통합 후 인력의 전환배치 등 잉여인력활용 곤란함 △문화가 다른 두 공사의 통합 후 구성원간의 갈등 고조 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토지공사는 택지개발기능이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주택공사는 택지개발기능이 30%에 지나지 않으므로 두 공사의 고유기능을 특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통합 전에 두 공사의 중복부분 및 기능축소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에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이 법안은 정치권과 노조 등의 반발로 인해 관련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다가 2004년 5월29일 임기만료로 폐기됐다.이후 4년여가 흐른 2008년 8월 토지공사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통합론은 퇴출을 피하기 위한 주공의 생존전략이다’ 등을 거론한체 통폐합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토공은 주공과 통합을 거부하는 이유로,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나 국회에서 통합불가로 결정된 바 있으며 토공은 국토정책 토지SOC 원자재 생산 담당으로 주공은 주거복지정책(임대주택) 택지소비자 역할 담당으로 주력업무가 각각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또 통합 효과에 대해서도 오히려 분양가가 더 오르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통합비용(부채비용)이 원가를 높게 만들 뿐 아니라 고분양가만 믿고 택지조성원가관리가 소홀해 질 수 있으며 건축기능이 고분양가와 원가 부풀리기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공이 공적기능을 상실한체 서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등 자생할 생각은 않고 통합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공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2000년 10월25일 주공 노동조합이 작성한 조합 주요활동 보고서를 들고 있다. 주공 스스로가 공사설립목적을 다했다는 외부의 강한 인식 등으로 인한 공적기능약화 및 사업기능 변신 실패로 회사내 일관된 생존전략 부재로 통폐합 방침이 상존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이 보고서는 공사 생존전략 실행이라는 부분에서 주택건설사업의 부가가치 급속 저하, 정부의 과도한 통제에 따른 급격한 사기 저하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공사의 장기생존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침을 강행한다는 전제하에서는 공사의 구조조정 방향은 대안적으로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통합·구조조정 선후가 문제
토공 노동조합 연진흠 사무처장은 “두 공사가 통폐합 될 경우 부채규모가 증가해 이자보상비율은 물론 통합 후 수익비율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벗어날 수 밖에 없다”며“연구기관의 용역 결과 두 공사의 통폐합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 만 큼 정부가 통폐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자료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 처장은 또 “통폐합 관련 토론회 등에서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며 정부의 주장대로 통합후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 및 재무재표의 건전성 등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공 노동조합 김동규 수석부위원장은 “두 공사의 통폐합으로 인한 택지조성 및 주택 분양가 원가의 인하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두 공사의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또 “정부는 변혁과 변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주공에서는 자연스런 감축인력과 함께 신규인력 자제 등으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수석부위원장은 “주공이 펼치고 있는 주거복지사업의 경우 생산성은 높지 않으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두 공사 통폐합 후 잉여인력을 투입할 경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사가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선후문제로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두 공사의 혁신도시 이전으로의 문제도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주공의 경남 진주 혁신도시, 토공의 전북 전주 혁신도시로의 이전 후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두 공사 뿐 아니라 관련 자치단체들까지도 정부의 실행의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