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회창은 “나야 나”
대표 후보군 4강 2약, 후보간 합종연횡 변수
다음달 17일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포스트 이회창을 가리는 당권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선 패배이후 침체된 한나라당은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17대 총선에 승리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강력한 리더쉽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당권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대표 경선 이외에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경선 등 당 역사상 가장 많은 투표인단(23만 명)을 통해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경선에 참여한 6명의 의원이외에 원내총무·정책위의장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까지 합하면 모두 20여 명에 이른다. 게다가 전국
시·도별로 40명을 뽑는 지역대표 경선까지 겹쳐 최소 100여명의 의원이 동시에 선거를 치르게 된다.
김덕룡 의원 / 서울 서초 을·4선 | 강재섭 의원 / 대구 서·4선 | 최병렬 의원 / 서울 강남 갑·4선 | 서청원 의원 / 서울 동작 갑·5선 | 이재오 의원 / 서울 은평 을·2선 | 김형오 의원 / 부산 영도·3선 |
‘4강·2약’, 수도권 표심 관건
대표 경선에 나선 강재섭·김덕룡·서청원·최병렬 의원 등 4명이 이른바 4강으로 분류되며, 이재오·김형오 의원이 2약으로 뒤를 쫓고 있다.
서청원 의원 출마논란과 후보간 합종연횡 등 변수들이 현 판세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관심사다. 후보들은 지구당위원장들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구당위원장들은 전체 선거인단 중 절반을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빅4’는 일단 출신지역에서 지지기반을 다진 상태다. 강 의원은 대구·경북(TK)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호남, 서 의원은 충청권, 최 의원은 부산·경남(PK)에서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수도권에서 각축중이다.
현재까지도 후보군 중 절대강자가 없는 가운데 최종 승패는 수도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227개 지구당 중 수도권에는 서울(45개)·경기(41개)·인천(11개)
등을 포함, 97개 지구당이 몰려 있다. 약 43%의 비중이다. 수도권의 일부 위원장이나 밑바닥 정서는 특정후보에게 쏠려있지 않은 상태다.
경선 초반인 현재 서 의원의 출마 번복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서 의원을 견제하고 있는 최병렬·김덕룡 의원과 일부 소장파가 전면에
나서 그를 비판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은 지난 7일 충남 보령ㆍ서천 임시대회에서 “욕심 때문에 자리를 깔아뭉개는 사람이 많다. 설자리 앉을 자리를 구분해야 한다”며
서 의원를 직접 겨냥했다. 최병렬 의원도 “대선 패배를 책임지고 자리를 물러났던 서 전 대표가 당권 경쟁에 나선 것을 당원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따라서 특정후보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당수 위원장들은 서 의원의 출마 자격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 정체성 논쟁 역시 득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의 신당 창당 및 당내 보·혁 갈등과 맞물려 후보들간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보수·개혁 양분에서 중간 목소리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막판 변수는 후보간 합종연횡이다. 후보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전제조건 아래서 거론될 카드다. 현실화할 경우 선거지형이 일시에 뒤바뀌기
때문에 파괴력은 크다. 당 안팎에서는 노·장, 보·혁 후보간 연합이나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한 협력 등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당권주자 세몰이 치열
당권주자들은 선거 초반부터 자신의 강점과 정치 비전을 제시하며, 세 몰이에 나서고 있다.
강재섭 의원은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점을 내세워 젊은 리더십과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또 “이번 당권 도전에 이어 내년 총선 이후엔
대권에도 한번 나서볼 것”이라고 공언,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은 개혁노선을 견지해온 점을 부각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혁신을 통해 정책정당, 민주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나
정치개혁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을 향한 변신에 성공하지 않으면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의 참패는 피하기 힘들다”며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출신으로 당내
영남권의 견제가 부담이다. 김 의원은 “서울에서 4선을 했고 정치활동도 영남출신들과 주로 해왔다”고 반박한다.
서청원 의원은 중간세력 주도론을 주창하고 있다. 지지기반(충청·수도권)이나 이념적 지형이 중도에 가깝다. 서 의원은 “수구, 기득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고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대선에서 2번 패배한 만큼 명실상부한 야당으로 자리매김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한다. 이념적으론 좌·우 균형의 중간세력을 묶어 전국정당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경선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고 나선 것이
부담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도 걸린다. 그는 “변명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론을 펴고 있다.
최병렬 의원은 중도 개혁에 초점을 맞추며 ‘강한 야당’을 주창하고 있다. 최 의원은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상향식, 개방형으로 만들겠다”며
“특히 한나라당을 사이버.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 시켜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오 의원은 재야운동 경력을 들어 자신만이 보수와 중도, 진보까지 모든 계층을 아우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후보 중 유일하게 직선 총무를
지낸 경력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형오 의원은 “당이 몸통째로 변해야 한다”며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고 상향식공천제도를 관철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약으로 분류된
두 의원의 당내 기반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