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체감 경기 ‘냉랭’
소비자태도지수 2001년 이후 최저수준, 소득계층 간 격차도 심화
경제불안요인으로 꼽히는 세계 경기 침체, 북핵, 카드채, 내수경기
침체, SARS 등은 여러 해결방안이 마련됨에도 불구, 쉽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전반적인 침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제 진단 방법 중 하나인 소비자태도지수는 현재 및 미래의 생활형편과 경기, 내구재 구입 등에 대한
판단을 종합적으로 반영, 향후 경기에 대한 예상을 가능케 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소비자태도조사’ 연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각도에서 소비심리를 알아보았다.
세계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불안요인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37.7%가 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침체라고 응답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북핵(20.9%),
소비, 주식시장 침체 등 내수경기 침체(15.2%), 카드채 문제 등 개인신용도 악화(13.7%)순이었으며, SARS(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응답한 비율은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5.7%에 불과했다.
향후 국내경기 불안요인으로는 현재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침체라고 응답한 비율(26.9%)이 가장 높았으며, 카드채 문제 등 개인신용도
악화 및 소비, 주식시장 등 내수경기 침체(16.5%)순으로 집계됐다. SARS를 향후 경기불안 요인으로 보는 가구는 2.6%로 매우 낮은
비율에 불과, SARS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과 비교됐다.
소비자태도지수와 소비
최근 내수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도 부진했다. 작년 내수부문을 주도한 서비스업 활동은 2월 전년동월대비 1.4% 증가에
그쳐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3월 중 백화점, 할인점 매출은 각각 전년동월대비 7.1%, 4.2%감소했다.
소비자태도지수를 구성하는 지수는 모두 전분기에 비해 하락했는데, 특히 ‘현재경기판단지수’는 23.3(기준치 50)으로 98년 4/4분기(1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 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고조되어 있는 상태이다.
2003년 2/4분기 중 ‘소비지출지수’는 45.2로 올해 1/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기준치인 50 이하를 기록했고, 최근 도소매 판매
및 내수용 소비재 출하 등 내수부문의 부진이 심화됐다.
품목별
소비 동향
2003년 2/4분기 소비자태도조사 결과, 교육문화비와 교통통신비, 주거비가 향후 소비지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지출에 대한 계획
중 ‘교육문화 및 교통통신 지출예상지수’가 각각 58.5, 54.5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거비 지출예상지수’도 51.0으로 기준치인 50을 상회하고 있어, 앞으로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식료품비
및 의류비 지출예상지수’는 각각 49.3, 45.2로 기준치 이하를 나타내 이 부문에 대한 소비는 감소할 전망이다.`
“현 시점이 내구재를 구입하기에 적절한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나타내는 ‘내구재구입 태도지수’는 48.4를 기록, 전 분기 (49.5)에
비해 소폭 하락하였으나, 3분기 연속 기준치에 미달됐다. ‘주택구입태도지수’는 전분기(45.1)보다 2.1p 하락한 43.0을 기록했는데,
작년 말 이후 아파트 가격 등 주택가격 급등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주택구입 의욕은 다소 정체된 상황으로 분석됐다.
소득계층 간 격차 지속
‘생활형편지수’는 전분기(47.0)보다 3.8p 하락한 43.2를 기록, 3분기 연속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형편은
여전히 악화되어 있는 상태다. 2/4분기 중 소득계층 간 체감생활형편 격차도 전분기에 이어 소폭 확대됐다. 이는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생활형편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5,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생활형편지수는 전분기에 비해 1.5p 하락한 반면, 1,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생활형편지수는 전분기에 비해 3.1p 하락했다.
소득계층 간 소비지출 격차도 확대됐는데, 연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하 ‘소비지출지수’는 40.3으로 전분기에 비해 2.9p 하락한
반면, 5,000만원 이상 소득층은 47.0으로 1.2p 하락했다.
물가불안 심리도 높은 수준
소비자물가는 2003년 1/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4.1% 상승하여 2001년 3/4분기(4.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3월 소비자물가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4.5%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도 올해 3월 중 전년동월대비 5.5% 상승하여 2001년 8월(6.0%)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에
대한 예상을 나타내는 ‘물가예상지수’는 2003년 2/4분기 중 전분기(75.5)보다 1.7p 상승한 77.2를 기록했으나,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유가 및 원/달러 환율 하락 등 물가안정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심리 위축
조사대상 대다수의 가구가 휴가기간 중 해외여행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연 평균 소득 5,000만원 이상인 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령
및 소득계층에서 휴가기간 중 여행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88% 이상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가구의 46.9%가 SARS로 인해 여행계획을 변경하거나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여행계획을 변경한 가구들은
여행 계획 행선지로 ‘국내 여행을 가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52.2%로 가장 높았다.
최근 3개월(2월~4월)간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20.4%가 주요 품목 구입을 유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중 32.4%가 구입유보
주요 품목으로 자동차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컴퓨터(17.2%), PDP를 포함한 대형 TV(9.3%), 냉장고(7.8%), 김치냉장고(6.9%)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사대상자 중 29.9%가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인 항목으로 ‘외식비’를 꼽았고, 의류구입비 23.1%, 가구 및 가정용품
11.3%, 교양오락비(영화관람, 놀이공원, 유흥비) 8.9% 순이었다. 최근 3개월간 소비를 줄인 항목이 ‘없었다’라는 응답도 14.8%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해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생활형편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악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