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얼리어답터
세계문화 알리는 ‘즐거운 마니아’, ‘얼리어답터 展’ 열려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로 ‘이건 뭐야?’라고 묻는 아이의 물음에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장소가 있는데,
바로 ‘얼리어답터 展’이 열렸던 금호 미술관이다.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여 써 본 후 제품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수집 대상은 첨단 기술과 관련된 제품과 전문화, 세밀화 된 신제품이다. 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증을 품는 건 어른과 아이 구분이
없다.
첨단기술과 무관한 신기한 앤틱 소품 또한 이들의 관심 대상인데, 일반적인 인식은 ‘첨단IT기술’에 국한되어 있어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얼리어답터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얼리어답터 展’ 열려
지난 5월18일까지 열렸던 전시회에는 연일 많은 관람객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오전11시와 오후2시 제품 설명회시간에는 아이들을 사로잡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 질문이 끊이지 않아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박자를 맞추었다.
벽에 붙은 제품설명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 관람객 박소영(32)씨는 “보통 전시회에서는 설명서를 잘 안 읽는 편인데, 여기서는 호기심 때문에
자연스럽게 읽게 되네요” 가장 흥미로운 전시품을 묻자, “생활가전이나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에 들어와요.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전등과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고안된 돼지 뚜껑 등이 맘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전시회장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난감류가 유독 많았는데, 전자어항 뮤츠(mutsu), 노크맨, 돼지샤프, 그 외 움직이는 작은 캐릭터들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를 배려한 기획’이라는 담당자의 설명이다.
휴대가 간편한 핸드폰 충전기 X-plug. 한 시간 정도면 완전 충전되며, 35g밖에 되지 않는다. <위> 고품질 스테인리스 합급의 냄새잡는 돌맹이 Smellkiller. 물과 반응해 악취의 원인 분자를 분해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옆> |
흔하지 않은 전문화된 제품들
‘얼리어답터 展’은 최첨단 신기술을 기대한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최첨단 제품들이 소수만 전시되었고, 전문화된 제품 특성을
읽어내지 못하는 관람객도 있기 때문이다. 스멜킬러(smellkiller), x-plug 같은 신제품은 외형상 평범하여, ‘그럴 듯 한’
첨단제품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이 제품들의 기능을 보면 왜 전시되었는지 알 수 있다.
얼리어답터 전을 주관한 최문규 사장은 얼리어답터의 수집 범위에 대해 “사실 화장품이 새로 나오면 반드시 구입해서 사용해보는 분들이나 새로운
퓨전 음식 등에 열광하는 매니아들도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주로 IT관련된 제품을 다루는 쪽이 더
맞다고 봅니다.”라고 정의했다.
거의 모든 제품들은 구입하기 어려운 외국 제품들로, 희소성이 높지만 솔직히 사고 싶지 않은 것들도 눈에 띈다. 각 나라 특성도 엿볼 수
있는데, 일본은 역시 아기자기한 e-toy 제품과 익살스러운 눈요기 제품이 많은 반면, 독일 등 유럽 쪽은 실생활에 유용한 전문화, 세분화
된 제품들이 많았다.
인터넷 얼리어답터 사이트에는 매일 한가지 이상 새로운 제품이 업데이트 되는데, 전시회 이후에 나온 신제품들도 볼 수 있다. 무지개를 만드는
예쁘장한 소품에서부터 초소형 디지털 줌 카메라, 세련된 디자인이 눈에 띄는 토스터기 등이다. 전시회 중에도 최문규 사장은 15일 동안 파리와
동경 그리고 LA를 다니며, 최근 트랜드 조사와 새로운 제품의 소싱, 박물관 및 IT쇼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신제품 업데이트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욕심이 지나친 사람들’이라는 왜곡된 시각에서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얼리어답터. 그들은 각 나라에서 출시되는
신제품으로 최신정보를 주는가 하면, 간혹 허를 찌르는 앤틱 소품으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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