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진로 背信으로 엄청난 비난받는 김&장
진로 법률자문 맡던 김&장, 계약 끝나고 골드만삭스측 법률대리인 변신…
최태원 SK(주)회장 변호하면서 소버린의 외국인투자기업 신고하기도
“천문학적인 수임료 받고 세무신고 제대로 안해 탈세 의혹 짙어”
현재까지 혹은 얼마 전까지 동지였던 자가 갑자기 내 목에 칼을 들이댄다면? 국내
최대의 로펌으로 평가받는 김&장 법률사무소와 관련, 윤리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으로 진로그룹의 법률자문역이 끝난 지 불과 1년여만에
이 그룹에 대해 적대적 M&A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의 법적 대리인으로 나선 것. 또 김&장은 SK(주)와도 같은 시비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둘 다 외국기업이다.
골드만삭스와 소버린 법률자문 나선 김&장
김&장은 진로그룹과 1997년 9월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이듬해 3월 진로그룹의 화의를 이끌어낸 데는 김&장의 힘이 컸다. 그 후 김&장은
구조조정 자문과 카스맥주 관련 보증채무금청구소송 등에서 진로측을 도왔다. 이 기간 동안 김&장이 진로측으로부터 받은 대가만 해도 착수금과
성공보수금 등을 합쳐 30억 원이 넘는다.
김&장은 2001년 2월 일본진로 매각 협상 시, 일본측 기업의 법률대리인으로 진로를 실사하는 등 진로의 사정이라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터였다.
이러한 김&장이 이번엔 진로를 등뒤로 하고,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만삭스의 대리인으로 나선 것이다.
원래 골드만삭스측이 내세웠던 대리인은 K 변호사, 그러나 5월2일 김&장으로 공식 변경됐다. 진로의 법정관리에 대한 사회의 논란이 커지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법원이 제2의 협상 대리인을 세우도록 권유해 골드만삭스측은 김&장이, 진로측은 법무법인 태평양 대신 세종이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로그룹 건이 해당 회사의 법률자문을 그만둔 지 1년여 후에 일어난 반면, SK그룹 건은 사정이 다르다. 김&장은 그간 SK그룹과 계열사에
종종 법률자문을 해줬다. 최근 구속된 최태원 SK(주) 회장의 법률대리인도 김&장이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장은 SK그룹에 대해 적대적 M&A 의도가 의심되는 소버린자산운용의 법률대리인을 동시에 행하면서 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대신해 외국인투자기업 신고를 은행에 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기업)은 특정 기업의 주식 10%를 취득한 그 시점에
외국인투자기업 신고를 해야 한다. 크레스트가 이러한 법적 사정에 어두워 신고를 미처 못 하자, 김&장이 위임장을 받아 신고를 대행했다는
것이다. 김&장은 이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신고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식 매집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김&장 쪽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윤리적인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이러한 김&장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장이 주식매집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이상 법적인 책임은 없다. 진로의 경우도 진로의
법률자문을 1년여 전에 그만뒀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도덕적인 책임도 없을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는 “분명 윤리적인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장이
법무법인이 아니라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라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사무실은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 송무위주 법무법인, 로펌 등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는 다수의 변호사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며 대개 개인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아 처리한다. 이 경우, 각각의 변호사가 하나의 사업자인 셈이다. 따라서 사건에 대한
책임 또한 각자가 진다.
그러나 송무위주 법무법인의 경우, 구성원 변호사들 사이에 지분이 존재하고 공동 무한 책임을 진다. 로펌은 한 마디로 법률회사다. 회사지분을
갖고 있는 구성원과 로펌이 고용한 소속 변호사들로 이뤄져 있다. 주로 기업 관련 사건을 맡고 팀제로 처리한다. 무한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송무위주 법무법인과 같다.
김&장은 실질적으로 로펌과 같은 운영을 하지만 1979년 운현합동법률사무소란 이름으로 등록한 이래, 아직까지 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해 각자가 책임을 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측을 동시에 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별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다지만 어쨌든 같은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만큼, 각각의 정보 보안이 얼마나 유지될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장의 이런 운영행태와 관련,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변협에서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