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개성이다!
젊은층 자기표현 방법
‘커플문신’ 인기
영화
‘나비’에서 주인공 김정은이 가장 열연했던 장면은 어린시절 사랑했던 남자 민재(김민종)를 만나기 위해 삼청교육대로 찾아간 씬이었다. 김정은은
군인들을 태우고 지나가는 차를 향해 “윤민재 알아요? 나랑 똑같은 문신한 사람이요”라고 절규하며 블라우스를 헤쳐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붉은
나비문신을 보여준다.
‘엑스맨Ⅱ’의 뉴캐릭터 나이트클로러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텔레포터다. 극의 도입부에서 대통령 암살을 꾀한 그는 죄를 지을 때마다 온몸과
얼굴에 문신을 새긴다.
‘나비’의 김정은이 새긴 문신은 ‘색채문신’으로 바늘로 살갗을 찔러 색소를 주입한 형태고, ‘엑스맨Ⅱ’의 나이트클로러는 상처부위를 부풀어오르게
해서 만든, 이른바 켈로이드 증상을 이용한 ‘상흔문신’이다.
연예인, 인식 전환에 한몫
최근 문신을 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인터넷 문신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하루 2∼3건이던 질문이 10건 내외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고객의 문의도 많다는 것이다. 과천에서 P문신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노출부위에 문신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졌다”며, “20∼30대 고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댄스그룹 ‘베이비복스’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의 문신패션은 ‘문신은 조폭문화’라는 인식을 바꾼 계기가 돼, 실제로 예전에는 조폭들이
손님의 90%를 차지했지만 근래에는 일반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가 생길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문신웹사이트는 40여개에 이르고, 타투이스트는 전국에 500∼600여명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부산지역이 가장 성행하고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북부 일대도 성업중이다. 예전에는 조직폭력배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이동식 문신업소, 즉 고정된 장소 없이 고객이 부르는 곳으로
찾아가는 타투이스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근래에는 고정된 장소에서 손님을 맞는 스튜디오가 늘고 있다. 위생관리도 손쉽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은 은밀한 부위 선호
시술부위는 주로 남성들은 어깨나 가슴, 등, 팔뚝에, 여성들은 허리, 가슴, 엉덩이에 한다. 문양은 남성이 호랑이나 용처럼 크고 우람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 여성은 나비나 장미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동남아 원주민의 전통문신에서 따온 갈퀴모양의 ‘트라이벌’이
인기가 높다. 애인의 이니셜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문신의 주목적은 남성다움의 과시와 겁을 주기 위함이 컸다. 맹수의 문양을 새기면서 그 이미지를 자기화하거나, 문신의 고통을 참을 만큼 인내심을
가졌다는 것에 대한 반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인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개성표현’이 크다. 대학생 김모군은 “친구가
팔뚝에 트라이벌문신을 했는데 반팔을 입었을 때 너무 예뻐 보여 용기를 내 하게됐다”며 “다른 친구들도 이상하게 보기보단 부러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만족해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성적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때문에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은밀한 부위에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짧은 민소매를 입었을 때 노출되는 부위, 허리뒤쪽이나 가슴선, 어깨죽지 등에 주로 그려넣는다. J문신 타투이스트 P씨는 “엉덩이나 하복부에
장미 등을 새겨 특정인에게만 보여주고 싶다는 여자손님이 많다”며 “남자들도 부인을 놀래주고 싶다며 간혹 생식기에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신이 점차 대중화되고 잇다. 남성들은 쉽게 드러나는 부위에 강한 이미지의 문양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은밀한 부위에 작고 아담한 문양을 선호한다. |
반쪽이가 숱검뎅이로
근래에는 영화 ‘나비’에처럼 사랑의 징표로 커플문신을 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나비’의 문신을 담당한 S문신의 J씨는 “영화 개봉
후 커플문신 의뢰가 급증했다”면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손잡고 오는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문양을 새기는 문신 외에 성형수술처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문신도 있다. 눈썹이나 아이라인, 입술선 등을 뚜렷하게 하고, 흉터자국이나
백반증 부위를 피부색에 맞춰 색을 입혀주는 ‘미용문신’이다. 다른 문신이 아직 사회적 인식이나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않은 반면, 미용문신은
보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큰 망설임없이 시술하고 있다. J씨는 “얼굴에 생긴 백반으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는 여자손님이
시술 후 웃으며 스튜디오를 나갈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며 “그런 사람들에게는 문신이 희망이다”고 강조했다.
눈썹문신을 받은 회사원 A양은 “매일 눈썹 그리는 것도 귀찮고, 지워질까 노심초사해야 했다”며 “친구들에게 ‘반쪽이’라 놀림받아 수영장가는
것도 꺼렸는데 올 여름에는 자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
‘미용문신’은 여성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남성고객도 늘고 있다. J씨는 “불경기라 취업면접 때문에 인상을 좋게 하려는 남자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아무래도 짧은 눈썹보다는 굵고 긴 눈썹이 뚜렷한 인상과 신뢰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자격증제도 정착돼야
문신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신을 하기 전 꼭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은 기구들이 항시 소독돼 있고, 소독기계 안에서
보관돼 있는지,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는지 등 위생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타투이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샘플을 확인하고, 그가 직접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과 결과물을 검토해야 한다. 다른 타투이스트의 작품을 자신 것인 양 속이는 실력없는 타투이스트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신을 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는 점이다.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지워야 할 때 지우면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
문신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성형외과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문신을 지워주기는 하나 100만원짜리 문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 문신을
지우는 데는 보통 600만원정도가 든다. 또한 흔적이 조금은 남기 때문에 예전 문신이 없는 상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건전한 문신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이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사자격증이 있어야
시술할 수 있다. 그러나 욕구는 날로 증대되는 데 반해 문신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없어 무면허 문신시술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워낙
대중화되고 있다보니 경찰들도 피해신고가 없을 경우 단속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신시술을 합법화하고 위생의식과 미술적 소양, 테크닉을
따져 문신면허제를 도입하는 것이 기형적인 문신문화를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J씨는 “‘어차피 불법’이라는 생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값싼
잉크를 사용하고 위생관리에 소홀히 하는 시술자들이 많다”며 “일본이나 태국처럼 문신을 합법화하는 것이 안전한 문신시술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