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당하는 신용불량자
불법대출중개 전국규모 활동 생활정보지, 스팸메일
통해 피해자 확산
신용불량자 3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출받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제도권내 금융기관의 벽이 높아 돈을 빌리지 못한 저(低)신용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게 된다. 최근 이같은 신용불량자, 대출연체자 등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
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피해자가 확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대출연체자들이 불법대출중개 업체들의 '덫'에 걸리고 있다. |
불법 대출중개에 속아 피해 ‘엎친데 덮친격’
이러한 사기행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활정보지의 광고나 하루에도 수십통씩 날라오는 ‘대출광고’ 스팸메일을 통해서다. 이들은
어떤 악조건에 처한 사람도 대출을 받게 해 줄 수 있다는 달콤한 메시지로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금융감독원은 카드를 담보로 대출하거나 불법할인 등을 하고 있는 101개 대부업체를 적발, 지난달 21일 경찰청 등 관계기관
및 관할 시, 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업체로 등록해 놓고도 다른 사람의 카드를 담보로 대출하고 연 150%의 높은 이자를 수취하거나
일명 ‘카드깡’ 등의 수법으로 불법할인을 해 왔다. 대부분은 광고시 이자율, 연체이자율 등을 표시하지 않아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피해를 피하려면 “시,도에 대부업체로 등록하고 상호, 이자율 등을 제대로 명시하여 광고하는 업체를 이용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서 “불법업체는 가까운 경찰서나 관할 시,도 또는 금감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02-3786-8655)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지난달 말, 금감원은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한 불법대출중개는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시키고 있는 업체 5곳을 적발,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통보했다. 이들은 전국에 수십개 영업점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이 금감원의 인·허가를 받은 적법한 업체인 것처럼 가장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외국계
대출업체와 연계하여 연 10~20%의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고객을 유인했다.
이들은 통상 5~30만원의 대출 대행료(수수료)를 먼저 입금할 것을 요구하거나 동액 상당의 건강식품 등을 구입토록 하면서 신용불량자 및 연체자
등을 현혹할 뿐 아니라 지사모집 명목으로 수백만원씩의 보증금을 받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대출연체자들이 불법대출중개 업체들의 '덫'에 걸리고 있다. |
전국적으로 ‘사기’ 행각 벌인 T사
지난달 이 모씨(32세 대전)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1,200만원을 T사로부터 대출받았다. 이 업체는 중소기업청의 자금을 지원받아 대출중개를
하고 있고,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다고 광고했다. 수원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대리점 모집도 하고 있었다. 이씨가 찾아간 곳은 이
회사의 한 지점. T사는 수수료 1% 의 선입금을 요구했고, 정수기나 건강식품 등의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출이 되면, 6~7%의
이자가 붙고, 대출금은 상품 구입비를 뺀 나머지가 지급된다고 했다.
대출조건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 이씨는 회원가입을 명목으로 인감증명과 주민등록등본, 의료보험증, 통장 사본 등의 자료를 제출했다. 12만원을
선입금했고, 마지못해 연수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홍삼이 대신 배달돼 왔다. 회사측은 “물건이 딸려서 그랬다”는 변명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출을 받는 것이기 에 별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씨는 “대출이자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선입금을 내도 상품이 오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대출이 성사되면 물품 대금을 제하고 주기 때문에 추호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출을 해 주기로 한 6월2일~9일까지 통장엔 약속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씨는 거래를 한 지점에 문의를
했으나, 연락이 되질 않았다. 어렵게 된 통화에서 지점측은 “대리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들도 피해자”라면서 “손 쓸 방법이 없다”는
허탈한 말만 했다.
현재 T사는 홈페이지만 열려 있을 뿐 본사 관계자는 잠수를 탄 상태다. 그 외 지점을 비롯해 지점 또한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대리점 측은
“본사도 원래는 정상적으로 돈을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문제가 자꾸 커지자, 회사도 어쩔 수 없이 두문불출한 것 같다” 고 되려 피해자에게 원망어린
말을 해댔다. 어처구니없게도 지점측은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고소, 고발을 하는 등 문제를 시끄럽게 해서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문제의 T사는 등록업체로 돼 있지도 않은 불법업체였고, 광고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도 없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T사는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다”면서 “오래전부터 T사에 대한 확인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고 불평했다. 이씨는 “저는 신용도 좋은 편이었고 광고지에 등록업체라고
써 있어서 당연히 믿고 했던 일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씨는 대출금은 고사하고 서류로 제출했던 양식들이 다른 곳에
불법 도용될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현재 T사로 인한 피해자는 전국에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경찰청과 금감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관계자가
도피중인 상태고 정확한 사기 혐의를 포착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조상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피해자들이 한 번쯤이라도 사실 확인만 했더라도 이런 피해는 낳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출을 미끼로 물건을
사거나 수수료를 물게 하는것 등은 절대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며 광고 선전내용에 관해 한 가지라도 틀린 부분이 있을시 절대 이용해선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그는 “이같은 불법업체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의 심정을 교묘하게 악이용해,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저신용자 대출, 현실적으로
불가능
이메일을 통한 불법 대출광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대부업 광고를 하고 있는 업체들 중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주부, 직장인, 대학생 등을 상대로 대부업에서 제한한 연 66%(월 5.5%)를 초과해서 금리를 받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신용카드 연체금을 불법 대납해주는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메일을 통한 영업을
전개하면서 회사주소나 연락처도 기재하고 있지 않다. 클릭과 함께 대출 신청서가 뜨고 본인 정보와 대출금을 기입하도록 돼 있다. ‘국내 최저
수수료, 부담보, 무보증, 무방문’ 이라는 문구로 속이 타는 저신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청서 접수 즉시 대출이 이뤄지고, 신용카드 연체로 인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겠다는 위로의 글도 들어있다.
‘카드와 대출에 문제 있으신 분 필독’이라는 제목의 한 스팸메일, 각종 불법 및 편법정보를 일정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공개를 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카드한도증액, 불량삭제, 은행권 대출 등 모든 비법을 공개한다고 적혀있다. ‘카드결제에서 용케 빠져나가는 방법’ ‘신용불량자
당일 대출하는 방법’ ‘마이너스 통장 많이 만들기’ ‘카드대출 100% 활용방법’ 등 갖가지 편법정보를 통해 저신용자의 대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 드물고 적용 대상이 되기도 사실상 어렵다.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한테 대출해 줄 수 있는 업체는 현실적으로 없다”면서 “이같은 정보를 이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개인이 부담할 수 없는 채무만 늘게 된다” 고 경고한다.
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상호저축은행 등 제도권금융기관이나 시·도에 등록된 적법한 대부업자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을 것과 중개업자를 이용할
경우에는 해당 금융기관과의 계약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