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정기국회가 9월1일 개원하자마자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정책위는 234개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60~70개로 정리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을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제시했으며 여당인 한나라당내 일부의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선 인위적 통폐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비해 영·호남과 강원도 등은 지역균형 발전 등의 이유로 찬성하고 있어 향후 자치단체간 또다른 지역이기주의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찬성하는 정치권 등에서는 오는 2010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일부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립 등으로 인해 자칫하면 정치적 얘깃거리로만 전락할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과 일부 정치인 등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광역단체 기초단체로 2원화 돼 있는 현 체제를 1원화하자는 것이다. 광역 시·도와 기초단체의 시·군·구, 그리고 읍·면·동으로 나눠져 있는 행정체제 가운데 16개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를 묶어서 현재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65개 전후로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17대 국회 특위 활동보고서 채택
민주당 우윤근 제1정조위원장측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측과 2005년 10월19일에 구성된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 의원)이 중심이 돼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논의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현재 언론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내용자체를 골격으로 9월 말쯤 토론회 등을 거쳐 세부적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2월27일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가 채택한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다계층 중복구조로 인한 낭비와 비능률을 제거해 인력과 예산,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 편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다층화된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 또는 폐지하는데 의견을 모은바 있다. 여기에다 향후 자치단체 사무배분의 대원칙인 ‘보충성과 근접성의 원칙’하에 분권이 이뤄지면 시·도가 갖고 있는 사무권한의 대부분이 기초인 시·군·구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 시도의 슬림화는 불가피하게 돼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 폐지할 경우 ‘도’가 그 대상이 될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교통·통신 및 정보화의 발전에 따라 생활·경제권의 확대로 기존의 행정구역 경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 만 아니라 당시의 시와 군의 규모로는 발전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적정한 공간 범위가 확보되기 어려워 효과적인 지역개발과 국토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수 개의 시·군·구를 통합해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하되 통합된 시·군·구에는 행정구를 둬 행정계층을 2층화하고 광역시의 자치구도 행정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폐지함으로써 읍·면·동을 행정계층에서 제외하는 대신 순수 주민에 의한 한정된 자치권만 허용하는 준자치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민주 적극적… 한나라 조율중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있어 민주당이 매우 적극적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데 이어 한나라당측에 특별위원회 구성까지 제안해 놓고 있다. 민주당은 8월28일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현행 시·도, 시·군·구, 읍·면·동 체제에서 16개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를 몇 개씩 묶어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65개 전후로 만들자는 것”이라며“시간과 예산의 절감, 행정서비스 편의성 증대 외에 경상도, 전라도가 없어지면서 지역감정 해소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제1정조위원장은 “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20~30조 원의 경제적 효과는 노인 복지와 교육정책에 집중 투입하겠다”며“필요하다면 국민투표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8월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의 시·군·구를 통합해 70개 정도의 광역시로 재편해야 하는 등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허 최고위원은 “통합시에는 광역 지위를 부여해 거둔 세금을 모두 쓸 수 있도록 하고 한 도에 3분의 2의 시가 독립하면 그 도는 자동 폐지토록 하면 된다”며“그러나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에 경제적 안정 등의 이유를 들어 시행 시기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9월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경제권 생활권 행정 서비스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금쯤은 행정구역 개편이 있어야 한다”며“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여야가 충돌하는 등 될 수가 없고 전문가가 참여해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당·일부 도지사 강하게 반발
그러나 충청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전신인 국민중심당 때부터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강하게 반대해 오고 있다.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논평을 통해 “전국을 60~70개로 쪼개는 구역개편에 우선을 둔 행정체제 개편방식은 문제가 있으며 국가의 역할모델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졸속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자칫 천문학적인 재원만 소모하고 국민을 의도하지 않은 분열과 갈등으로 이끌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시·도 폐지 추진에 도지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9월4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수도권 발전과 지방발전’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정치권에서 도를 없애자는 행정구역 개편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넌센스”라며“중국의 산둥성만 해도 인구가 9300만 명인데 우리가 행정구역을 더 나누면 어린아이 취급밖에 더 받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도지사는 초등학교 하나 만들기 어렵고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다”며“권한은 대통령이 다 갖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세계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많이 가진 나라가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9월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를 근본적으로 후퇴시키고 신중앙집권화로 회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60~70개의 자치단체를 만들면 중앙정부는 이 단체들을 모두 직접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중복행정과 예산낭비 등의 문제를 해소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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