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남긴 일본 방문
노무현 대통령 방일…북핵, 동북아 시대 비전서 입장 달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이어 일본을 다녀왔다. 이번 방일의 목적은 크게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과 동북아 시대를 대비한 한일 양국 간의 교류 협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적한 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북핵 해법 한일 간 괴리
노 대통령이 6월 8일 일본민영 TBS 방송이 주최한 '일본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은 귀국보고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한미일 간의 공조체제는 더욱 굳건해지게 됐다”면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를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평가는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 할 듯 하다.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당연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서 한일 정상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마약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핵 처리와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에 대해 마약 판매 대금을 군비로 사용한다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한, 그리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핵문제와 관련,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이 두 주장의 괴리는 누가 봐도 쉽게 파악된다. 노 대통령이 귀국 후 밝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립서비스 수준의 혼잣말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사·유사법제 문제에 우려 표명
동북아 시대라는 비전에 대해서도 한일 간의 차이는 드러났다. 한국이 이에 대해 중요성을 설명하고 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함에도 일본은 그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도 방일 기간동안 일본 주재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정했다. “한국과 일본의 처지가 달라
한국은 절실하지만 일본은 덜 절실한 듯 하다”고 말한 것.
이번 방일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일본 정부와 거의 합의 수준의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귀국보고에서 노 대통령은 “한일
FTA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적자가 확대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된다”면서 FTA 체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장 큰 이슈는 일본의 유사법제안 통과와 과거사 문제의 언급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초 ‘미래지향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이 부분과 관련,
언급을 자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을 인식해서인지 6월9일 일본 국회 연설에서 당초 입장을 선회해, 우회적으로 유사법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유사법제안과 관련, “방위안보법제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원래의 원고 내용을 “불안과 의혹이
겹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수정했다. 또 최근의 창씨개명 망언 등과 관련, “불행했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솔직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일본 의원들을 향해 충고를 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