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골드만삭스 고발한 眞露임직원
주식회사 진로 법정관리 관련, 업무상 배임 사기
혐의
법정관리중인 진로
임직원들이 정리절차개시 신청을 한 골드만삭스 측 관련자와 이에 간여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대표 및 주무변호사를 업무상 배임 사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파장이 예상된다.
김&장·골드만삭스 관계자 등 12명 고발
6월11일 진로 임직원 1,669명은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 등 7명과 김&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를 비롯한 4명의 변호사,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최초 법적 대리인이었던 K 변호사에 대해 각각 업무상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 이번 고발 건의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덕수 측은 “골드만삭스가 진로의 기업구조개선 업무에 대해 자문을 해주겠다면서 접근해
자문관계를 형성한 후 기업비밀을 이용, 막대한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진로에 큰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김&장에 대해서도 “수 년 전부터 진로와 관계를 맺어오고 있으면서도 골드만삭스의 대리로써 그 같은 행위에 동참했으므로 고발조치했다”고
전했다.
손 내밀었다가 뒤통수 쳐?
골드만삭스가 진로와 관계를 맺은 시점은 외환위기 초기, 진로가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로가 손을 뻗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골드만삭스 측에서 경영구조개선 자문을 해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진로로서는 세계 3위의 거대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1997년 11월7일, 골드만삭스 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P 는 진로의 부실자산 매각과 외자유치를 통한 경영구조개선안을 제시하며 자문역할을
제의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인 진로가 이를 수용, 양측은 1997년 11월14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미공개된 재산적 가치가 높은 비밀정보를 제공받기로 하고, 그와 같은 비밀정보를 채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또는 법원의 명령 등에 의하지 않는
한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만일 골드만삭스나 그 임직원들이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기로 했다.
계약이 체결된 그 날 진로는 주식회사 진로와 진로그룹 계열사들의 현황·조직체계·현금흐름과 재무현황·향후 경영전략·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산처분
및 외자유치계획 등을 구두로 설명하고 관련문서를 골드만삭스 측에 제공했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와 같은 자료를 넘겼다는 것은 진로가 얼마나
다급했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로는 이후 2000년 말까지 비밀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와주겠다더니…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진로를 위한 경영조언을 제시하거나 또는 해외자본유치를 주선하는 등의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증거로 진로 측과의
사전 협의 없이 진로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채권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
화의인가 결정 후인 1998년 10월1일에는 주식회사 진로를 비롯해 진로건설(주) (주)진로산업 (주)진로종합식품 (주)청주백화점 등 진로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원채권의 10%에 사들였다. 1999년 5월28일과 1999년 11월10일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진로그룹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매수했다. 진로의 전환사채 1,295만 달러 어치를 집중 매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투자형태로 보기가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내부정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자회사인 진로홍콩인터내셔널이 발행한 변동금리부사채를 집중 매입해 진로재팬을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진로재팬은 진로홍콩의
100% 자회사. 당시는 일본에서 진로의 영업실적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시기였다. 진로그룹은 진로재팬을 매각함으로써 외자를 유치해 화의 조건을
조기에 이행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골드만삭스가 채권변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진로소주
상표권도 골드만삭스에 의해 가압류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결국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 2003년 4월3일 진로에 대해 정리절차 신청을 냈고,
5월14일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게 됐다.
김&장과 진로의 인연
국내 최대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도 진로와 깊은 관련이 있다. 1997년 9월, 진로가 화의신청을 할 때 진로의 법적 대리인이 김&장이었다.
김&장은 진로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화의를 성공시켰다. 이후 김&장은 2000년 9월~2001년 8월, 진로와 구조조정을 위한 위임계약에
서명했다. 진로 측은 “이때 업무상 내부정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전반적인 전략과 외자 유치에 필요한 구조조정 관련
자료를 김&장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2001년 8월~2002년 6월, 진로의 국내 사업과 일본 소주 사업의 외자 유치를 위해 얼라이드 도맥사의 위임을 받아 진로에 대한 법적
실사를 대행하기도 했다. 2002년 6월에도 진로의 석수 사업 매각 위해 네슬레의 위임을 받아 법적 실사를 대행했다. 게다가 2002년
2월에도 “김&장의 J 변호사가 진로와의 회의석상에서 화의와 구조조정에 관한 자문을 했다”고 진로 측은 주장했다.
김&장과 진로의 끈은 아직도 연결돼 있다. 카스맥주 관련 보증채무금청구소송에서 진로의 변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 소송과 관련 3건중
1건만 판결이 났고 2건은 계류중이다. 이와 같은 관계에 있으면서도 김&장은 진로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여온 골드만삭스를 위해 정리절차
개시 결정의 전제가 된 계열사간 채권양수도 업무를 대리한 것이다. 2003년 4월3일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도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장 행위, 법적으로 문제 있다”
김&장의 이 같은 행동은 그간 도덕적인 지탄을 받아왔으나 법적인 책임은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고발 대리인인 법무법인
덕수 측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1997년 9월 화의신청 시 위임계약을 하면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포함하는 것이었고 위임 종료
시 진로에 통지하도록 규정돼 있었으나, 아직까지 김&장이 위임계약 종료를 통보한 바가 없고 화의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것.
따라서 김&장과 진로의 화의에 관한 위임계약은 유효하다고 덕수 측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김&장은 “화의는 인가와 동시에 종결됨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덕수 측 변호사는 또 “김&장이 여전히 계류중인 카스맥주 보증채무금청구소송과 관련, 진로 측 변호인이므로 진로의 이익에 반하는 골드만삭스
측 대리로 나서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의 판결을 예로 들었다. A의 형사사건을 대리한 적이 있는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법인 해산 후 상대방 B의 민사사건을 변호한 것을 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결(판결번호 2003다15556)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진로가 지난 4월24일, 김&장 김영무 대표 변호사의 요청으로 ‘김&장이 골드만삭스 측의 대리인’임을 인정해줬다는 것. 이로써 김&장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했으므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쌍방대리라는 변호사 윤리에 저촉되는 부분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진로 측 관계자는 “그것은 완전한 동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장이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중간자로서 화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해 동의한 ‘조건부 인정’이라는 것이다. 그후 김&장이 골드만삭스에 대한 비밀유지계약 위반이나 구조조정 방해 등에 대해 민형사상으로 문제삼지
않을 것, 골드만삭스를 대표 채권자로 지정하는 데 협조할 것 등을 요구해와 5월12일, 결국 합의가 무산되고 말았다고 진로 측은 밝혔다.
덕수 측 변호사는 ‘동의’ 건에 대해 “면죄부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민사소송까지 r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장은 “진로와 거래중에 얻은 비밀정보를 이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변했다.
이 고발 사건과 관련, 본지는 피고발인들의 입장을 듣고자 골드만삭스 측 해당인과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할
시기와 사항이 아니”라고 거절당했다. 또 골드만삭스 측의 최초 대리인이었던 K 변호사 역시, 접촉할 수가 없었다.
한편, 이번 고발에는 골프회동으로 구설에 오른 서울지법 파산부 B 판사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제외돼, 그 이유를 알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진 못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