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중심 보수 결집 조짐
박근혜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텃밭인 영남까지 무너지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건 그의 능력이건 간에 한나라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적임자로 낙점됐다.
박 대표는 일단 한나라당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그는 대표 당선 수락연설에서 “기존의 당사로는 출근하지 않겠다”더니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자리에 천막당사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기존의 한나라당과는 완전한 결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생활정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민생 투어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3월25일 새벽 서울 중구 북창동 인력시장을 방문해 서민들의 취업난과 생활고를 직접 청취한 그는 앞으로 총선 때까지 민생을 직접 체험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의 잘못을 국민앞에 속죄한다는 의미로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일단 박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보수세력의 결집 조짐이 보이는 등 한나라당에 일말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후보는 “TK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그 기세가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까지 겨우 20일도 안 남았다는 점에서 탄핵역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의원은 “탄핵을 철회하지 않고는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탄핵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성난 민심이 되돌아올 길이 없다는 것. 아무리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불가항력이라는 패배감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팽배해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직까지 탄핵철회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탄핵가결은 불가피했다”고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3월25일 공식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갔다. 그는 박세일 서울대 교수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탄핵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몰고 가는데 대해 한나라당은 ‘1당 독재 견제론’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과연 박 대표가 탄핵역풍을 이겨내고 한나라의 옛 영광을 재현해낼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