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서민들의 탈출구
경기불황이 깊어갈수록 생활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서민들에겐 복권이 희망제작소다. 5000원, 1만원짜리 게임을 하나 구입하면 추첨일까지 길게는 1주일이 희망의 나날이다. 휴지가 될 확률이 거의 99.99%라 하더라도 추첨일 하루만 실망하고, 또 다시 혹시 하는 희망으로 1주일을 견디는 것이다. 로또는 일종의 공인받은 도박인데 그걸 하면 마약이 통증을 잊게 해주듯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잊고 살게 된다. 이것이 로또, 경마, 경륜의 정치적 필요성이다.
외신을 보면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 미국인은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돈을 쓰는 곳은 오로지 로또구입뿐”이라며,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는 ‘일확천금’의 꿈이라도 꿔야 숨통이 트일 것 같아 매주 로또를 구입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우리나라 서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
최근 나눔로또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도 로또판매액 증가현상을 보여준다. 301회부터 305회까지 로또 판매액은 회차 당 평균 441억4417만원으로, 작년 동일 기간의 425억4225만원에 비해 16억원(3.8%) 증가했다. 불황기일수록 사람들이 로또에 더 매달린다는 걸 입증한다.
그런데 ‘우리의 희망’인 로또의 조작의혹이 국회의원에 의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귀신도 못 맞출 것 같은 1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이라면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농사직불금을 연봉이 5000만원 1억원이나 되는 공직자들이 가로챈 것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다. 즉, 서민들의 꿈을 인터셉트한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분과위 진수희 의원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승부 조작됐다” 국감서 폭로
진 의원의 발표내용은 로또복권 시행사인 나눔로또(유진그룹, LGCNS, 인트라롯, 농협...등 7개사 컨소시움)가 로또복권을 운영한 이후 전산상의 오류가 계속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주 토요일 8시 로또 당첨번호 추첨 생방송 시작 이후에 여러 게임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나 1등 조작도 가능했다고 추정했다. 요컨대 방송으로 정답을 보고 그대로 답안지에 베껴낸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1등을 10명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10군데 판매점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입력시키면 된다. 맘에 드는 사람 기분 맞춰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로또복권 시스템은 전국 8359대의 단말기(판매점 7315대, 농협 1044대)와 메인시스템, 그리고 감사시스템으로 이뤄져 있고, 모든 시스템은 전용선을 통해 실시간 동기화되도록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판매점에서 로또복권을 구입하면 그 데이터가 동시에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정답 놓고 시험보는 격?
특히 감사시스템은 로또복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시스템으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 공무원들만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진 의원은 “지난해 12월 2일 나눔로또가 로또사업 운영을 시작한 이후 2008년 8월 9일까지 총 36회차 중 무려 12회차에 걸쳐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간 데이터가 불일치해 인위적으로 판매금액을 일치시켰으며 이는 명백한 시스템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권위와 나눔로또 측은 “‘스페셜 캔슬(Special cancel)’, 즉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구입할 때 단말기 작동불능, 용지고갈 등의 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라며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진 의원은 “모든 전산시스템은 입력하는대로 출력되기 마련인데, 문제가 지난 7월까지 지속되어온 것은 고질적 내지 의도적인 시스템 오류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현재의 로또는 대국민 사기”라고 규정하고, “즉각적인 로또사업 중단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의혹이 확산되어 또 국민이 화나기 전에 속히 진실이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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