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달라지려나
재개편 흔치 않은 일, 시공사 협상과 관리처분계획 승인은 조합원 결속 있어야…
4단지 부지에 홀로 남은 상가건물. 상가조합원들은 200% 지분을 요구하고 있고, 조합은 135%를 제시한 상태. 신조합과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
17평 빛 바랜 벽지와
지워도 잘 지워지지 않는 세월의 때가 낀 부엌. 지은지 30년 가까이 된 좁은 평수의 아파트는 아무리 위치가 좋은 강남에 있다 하더라도
살기에 쾌적하진 않다. 재건축 아파트들의 갈등 이면에는 위와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내 소유를 지켜내고자 하는 보호본능이
맞물려 있다. 그 때문에 거의 생존경쟁과 같은 수준의 언쟁이 오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곳도 있으니 오죽할까.
잠실4단지도 조합원들의 ‘내 재산 지키기’가 잘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4단지는 지난 5월 오랜 갈등 끝에 새 조합장 선출과 더불어
임원진들이 전원 교체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물론 조합원 다수의 요구에 의해서다. 이제 남은 재건축 성공의 열쇠는 시간이다. 향후
잠실주변 단지는 물론이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들에게 어떠한 선례를 남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업지연 누굴 탓할까
신조합은 구조합과 대립 당시 ‘내 재산 지킴이’를 주축으로 투명한 조합을 요구하며, 추가부담금을 낮출 것을 주장했었다. 오랜 갈등과 법정
공방 끝에 조합이 새롭게 구성되었다. 지난 4월은 사업승인을 받은 지 1년이 되어 ‘착공연기신청’도 했다. 사업승인 1년 안에 착공을 하지
않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착공지연은 둘째 치고 관리처분계획이나 조합원 평형 및 동 호수 추첨, 모델하우스 등도 진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조합원 간의
작은 갈등이 없지 않다. 이럴 경우 모든 책임은 조합 운영진에게 돌아간다. 현실적으로 매달 11억씩 들어가는 무이자 이주비도 무시할 일은
못 된다. 이 모든 책임이 사실상 조합이 개편되기 전에는 구조합 운영진에게 돌아갔었다.
현 조합장 김상우 씨는 “새 조합이 구성된 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 조합원 일부가 불안해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믿고 따라주고 있다. 사업지연과 관련한 유언비어는 4단지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적용되기가 어렵다. 조합원들이 알고 있듯 조합이 재개편 되는
과정과 새 조합이 자리잡기 까지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시공사와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다”며 ‘착공지연신청’에 대한 불신과 소문은 ‘억지’라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이 재개편 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일반적인 재건축 조합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지연을 예상하고 인정하는
일이 조합원들 스스로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22일 구조합이 주관한 관리처분임시총회. 5월에도 한차례 총회를 준비하였으나 무산되었다. |
추가부담금은 조합원의 최대 ‘부담’
갈등을 겪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을 살펴보면 그 요인이 비슷비슷하다. 조합과 조합원들과의 갈등이 대부분인데, 그 안에는 운영비 과다 사용,
공사비 내역 불신, 추가부담금 과다책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잠실4단지의 경우, 역시 추가부담금이 높게 책정된대 대한 조합원들의 심한 반발
끝에 현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잠실4단지 구조합의 2월 관리처분계획에는 평당 공사비 266만원에 일반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 대였다. 추가부담금은 34평 기준 6,500만원이었다.
당시 비교대상은 도곡주공1단지로 같은 평형대 기준으로 오히려 2,400만원 가량을 환급 받는 조건이어서 잠실4단지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심한 반발을 했었다. 여러모로 도곡주공 1단지와 조건이 달랐지만, 구조합의 해명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잠실4단지가 다른 재건축단지들에게 주는 교훈은 재건축 추진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홍보하는 일을 게을리할 경우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추가부담금이 거의 1억원 가량 차이 난다면, 그것을 이해할 조합원들이
몇이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합을 무력화 시키려는 투기세력의 여론 형성까지 합세한다면, 조합 운영진은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 추가부담금 걸림돌이
없었다면, 잠실4단지의 재건축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을 일이다. 도곡주공1단지의 경우, 순조롭게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추가부담금은
역시 조합원들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밖에 없다.
시공사 협상 잘될 것
지난 5월 새 조합장 선출과 함께 재건축 추진 가속화 기대에 힘입어 4단지 17평형 매매가는 최고 5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7월 현재
기대 거품이 빠져 5억4,500만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점 오르는 추세에 있다. 조합의 재구성과 맞물려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을 잘
매듭지을 수 있을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우 조합장은 “마감재가 2006년 입주시점의 아파트 치고는 뒤떨어진다. 고급재로 변경할 것이며, 구조합과 달리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내어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참여하는 조합이 되어 조합원들과의 괴리감을 최소화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감재를 고급화할 경우,
‘추가부담금이 더 올라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34평형은 1,000가구이며, 추가부담금이 없음을 전제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상가이익,
모래, 시공사와의 조율 등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새 조합은 추가부담금 외에도 일정 평형에 이익이 몰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프리미엄은 차이가 나고, 이익은 조합원별로 비슷하도록 공정분배원칙을
세워 잡음을 최소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시공사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협상을 통한 빠른 착공을 기대하지만,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공사 변경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시공사 중 50%의 건축을 담당하고 있는 LG건설 담당자는 “마감재를 고급재로 바꾸고 공사비를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협상안이
들어오면 그때 결정할 일”이라고 말해 협상이 결코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잠실4단지 신 조합운영진의 협상능력이 발휘될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구조합과 다를 바 없는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착공연기신청과 관련, 조합을 비방하거나 조급한 나머지 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여론을 조성하는 조합원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 대다수가 지지해주는 것을 투명하게 헌신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 조합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공사 쪽의
유언비어 조장도 감지하고 있다.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떠한 유언비어와 유혹에도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합원들을
위해 안내문도 발송할 계획이다.
현재 조합까지 개편된 상태에서 다시 조합원들간에 결속이 되지 않고 분란이 일어난다면, 과도한 사업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액은 엄청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