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경제, 재미있는 교육 인기
경제교육 프로그램 증가했지만 방향설정 어렵고, 학교 교육은 썰렁
공공건물을 만드는 어린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가?'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DECA Korea의 '경제마을 만들기 中'> |
“요즘 아이들은 참 복도 많다”는 소리를
어른들은 자주 한다. 30~4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투정부릴 때 훈계와 질타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민들의 열정과 달리 교육 프로그램들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나라 안팎의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신용불량자의 급증으로 경제교육에 더욱 관심이 많아지고, 관련된 사설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겨나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증가하는데 대한 교육 본질 측면의 우려도 높다.
주입식 탈피, ‘재미’ ‘참여’ 우선
과거 학교 경제 교육은 이론 위주의 어려운 경제 용어를 설명해 주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요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쉽게 쉽게’를 강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내용을 간과한다고 말하는 일선 교사도 있다.
사설단체의 ‘경제스쿨’, ‘경제마을 만들기’, ‘경제 캠프’ 등에 아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론을 설명하되 직접 참여하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국 경제교육 기관인 ‘데카’를 도입한 데카코리아(DECA Korea)는 최근 ‘투자 꿈 성공습관 기르기’라는 주제로
용돈활용과 투자체험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4회로 나뉘어진 커리큘럼은 1주차에 ‘투자출발’이란 제목으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강의했다. ‘선택!! 맛대맛’은 동일 상품 중 값싼 제품과
유명한 제품(우유, 초코파이)의 대결로 직접 먹으면서 광고 심리학과 브랜드의 위력을 체험하게 했다.
4주차에는 3주차에서 가다듬은 경제관념(경제적 독립 위한 나의 모습 알기, 미래 계획 등)으로 부모님과 직접 용돈 협상을 했는데, 처음부터
부모와 함께 참여하여 체험해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가정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다른 엄마나 아빠와
1차 협상을 시작한다. 일종의 연습인 셈이다. 아이들은 용돈을 규모 있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부모님께 이해시키지 못하면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협약서도 준비되어 있어서 양쪽 모두 약속을 파기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명현이 어머니는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계획을 짜는 동안 아이 스스로 저축을 위한
구상과 미래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려는 계획을 하는 등 생각이 넉넉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며 “프로그램이 참 유익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학교에서
올 초 한국경제에서 실시한 한국과 미국 청소년들의 경제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 학생들은 10명 가운데 8명 이상(84.2%)이
용돈을 받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미국 학생은 43.7%에 불과했다. 또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미국 청소년의
85.2%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한국 중, 고생들은 39.1%만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반적인 경제의식
수준에 격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었다.
한국에서 경제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관은 대략 5~6군데 정도 된다. DECA , JA, 아이빛연구소, 어린이경제신문, 이코비
등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금융사, 언론사 등은 위의 기관들 또는 이벤트 기획사와 연계하여 비정규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
실질적인 경제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한국 학생들의 경제의식 수준차이와 같이 교육 상황도 많이 다르다. 미국의 경제교육은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한국의 사설기관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미국은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학교마다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의 알파인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기초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하나씩 선택한다. 직업이 정해지면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한 주간 수행한다.
직업과 성취도에 따라 서로 다른 주급을 받게 되는데, 학교내에서만 유통되는 가짜 돈이다. 학급내의 모의은행에 맡겨야 하고 본인의 계좌에
있는 잔고와 이자는 학생이 직접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연스레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을 배우게 된다. 이 가짜 돈이 도입된
후 ‘수학’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왜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표시할 때는 아이들에게 “인플레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담당한 교사는 말했다.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권리나 선생님
자리에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살 수 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 하겠는가.
웨스트뷰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의 일환으로 스쿨머니를 이용한다. 학생들은 새학기에 100달러씩 적립된 수표책을 지급받는다. 가짜
돈이지만 쓰임새는 진짜 돈 못지 않다. 학용품을 비롯, 각종 학교 물품을 살수 있고, 교내 중고품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교환수단으로
이용된다. 수업시간에 금융 분야를 교육할 때도 스쿨머니는 유용한 교재로 쓰인다. 저학년의 경우 전체 학생중 10% 정도가 한 학기가 끝나기
전에 파산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파산자 수가 줄어들어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으로 자리잡고 있다.
방향설정 명확해야
최근 사설 기관들의 국내 경제교육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재미’와 ‘체험’을 겸비한 다양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서로 모방한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 않다. 경제시장을 통해 경영 마케팅이나 재고관리, 이익배분 같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경험하기도 하고, 청소년 비즈쿨 등은 기업가
마인드 형성과 창업실무를 가르치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한 부분도 많지만, 응용하여 더욱
발전시킨 프로그램들도 볼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이론에 치우친 한국 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으로 부각되어 올해 들어 각 학교와 경제교육 기관이 연계하여 실시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늘어났다.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다 보니 교육기관과 강사, 프로그램에 대한 자격 요건도 거론되고 있다.
‘멘토(Mantor)’라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도우미로 활용하는 현 시스템은 봉사자의 교육적 자질과 기관별 교육의 일괄성을 요구한다. 경제교육의
방향도 올바른지 지적된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천규승 박사는 “경제교육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활용 그리고 가치평가를 포함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경제교육프로그램으로 불려지는 많은 사설프로그램들은 경제교육의 방향성을 자칫 혼란스럽게 하고 있기도
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흥미 있는 이벤트이지 경제교육이라고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경제신문 박원배 대표도 “경제 교육이라고 불려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경제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인식시키길
바라는, 기능적 측면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일뿐”이라고 말했다. 각 프로그램들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천규승 박사는 “경제 관련 프로그램들의
높은 인기는 재미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질적인 구분은 전문가가 아닌 시장원리에 맡겨야 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 중에서도 ‘질적인 대화’라고 강조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
멘토(Mentor) 기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는데,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의 멘토링은 기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데, 멘토링이란, 현장 훈련을 통한 인재 육성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회사나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1:1로 전담하여 구성원(멘티:Mentee)을 지도, 코치, 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 성장시키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