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하락, 일시적 현상인가
비수기에 입주물량 늘어나…강남권 안정세, 강북권 하향세
부동산 중개소마다 전세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수자는 뜸하다 |
최근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의 ‘약발’이 먹혀서인지 대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세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역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소폭 오름세인 반면, 전세가는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약세가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북구를 제외한 24개구의 전세가가 하락했고, 닥터아파트
조사결과에서도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개구를 제외한 21개구에서 약세를 보였다.
부동산정보전문업체 스피드뱅크 강현구팀장은 “입주 물량이 많이 나온데다 수요가 없어 평균 1,000만원 가량 떨어진 것 같다”면서 “강남의
경우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으나 강북 같은 외곽지역은 전세 물량이 많아 가격이 약세”라고 말했다.
강남권, 일부 대형 아파트전세는 보합세
전세가가 전반적으로 약세이지만, 서울의 강남권과 강북권·수도권 외곽지역의 경우 다소 상이한 양상을 띄고 있다.
△강남권- 교통과 교육, 생활여건이 잘 조성된 강남권은 대형아파트일수록 전세가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30평형 이상 아파트들은 대부분
2,000만~3,000만원정도 떨어졌고 대단지 입주 아파트의 경우 최고 1억원 이상 떨어진 곳도 나타났다. 내집마련정보사의 4월 대비 6월의
전세가격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남 압구정동 신현대 51평형, 구현대 60평형 등은 불과 두 달 새 1억원 이상 떨어져 각각 4억2,500만원,
5억원 선으로 보였다.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서초래미안(1129가구)의 전세값은 평형에 따라 한달새 7000~1억7000만원까지
급락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전세가 하락에 대한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치동 주택권을 주로 중개하는 박사부동산은 “비수기고 물량도 많이
나와 공실도 좀 있는 편이고 가격도 그만큼 내린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하향세가 지속되더라도, 생활이 쾌적하고 편리한 곳의 경우는 전세가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수요와 공급이
한정돼 있는 고급 대형 아파트가 이에 속한다. 논현동에 위치한 K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권은 영향을 덜 받는편이고 실제적으로 전세가가
떨어진 것 같진 않다”면서 “어차피 돈 있는 사람은 가격에 상관없이 사게 돼 있다”고 말한다. 삼성·도곡동 주변 아파트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부동산뉴스공인중개사 이철수 사장(서울 대치동)은 “서울 강남권의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실상 전세매물이 거의 없다”면서 “특히 대치동과
도곡동 삼성래미안 등의 중형 전세 아파트는 워낙 귀해서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주거조건이 좋은 새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하락세를 보이기 힘들지만 재건축 수리가 안된 아파트는 가격 하락세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강북·수도권, 전세가격 약세
한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지역은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은 약세가 뚜렷하다.
△강북 및 수도권 외곽지역-이 지역은 강북구를 제외한 대부분이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1억원을 훌쩍 넘어섰던 20평형대 아파트들이 최근 들어 1억원 이하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2단지
20평형은 1억500만원에서 8750만원으로, 성북구 하월곡동 동신 25평형은 1억1,250만원에서 9,5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강북의 일선 중개업소는 다소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격하락세는 그리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주택 전·월세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좋은 공인중개사’사장은 “강북권은 매물에 따라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변동율은 크게 없는 듯 하다”면서도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비수기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을 뿐”이라고 대수롭지않게 말했다.
미아동에서 아파트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신일공인중개사’ 사장도 “전세값 물량이 많고 매수자가 적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면서
“강북권은 큰 변동은 없고 지금은 비수기에다가 부동산이 전매돼 매수자가 거의 없다”고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아파트 전세가 하락세를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5월 -0.29%, 6월 -0.56% 의 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0.9%, 1.18%의 변동률을 보이며 전셋값이 급등했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전세가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
‘역전세 대란’ 우려도
지금의 전세가 하락 현상을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라는 강경한 조치가 있었고, 지금이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신규 입주물량까지
대규모로 쏟아져 갈수록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매물난과 가격상승을 일컫던 ‘전세대란’과는
반대인 ‘역전세 대란’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입주 물량 증가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 물량은 약 3만가구로 지난해 상반기(1만8000가구)에 비해 64.8%가 늘었다.
아파트를 전세수요를 대체할 다가구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의 입주물량도 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여가구로
아파트 입주물량(28만여가구)의 절반에 달한다. 부동산 114는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사람들이 입주시점에 한꺼번에 전체 물량을
쏟아내는 바람에 일부지역의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 수요자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을 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자체가 줄었다는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이 10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2만7,747가구에 비해 137% 증가한
6만5591가구에 달하고 있어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 내집마련 적기
이 같은 전세가격 동향을 감안할 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선행지수라는 점 때문에 전세가 하락세가 매매가 하락을 촉발시킬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택가격도 동반 하락한다는 입장과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 주택담보 대출제한에다 전셋값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매매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이사철 비수기인 4~6월에 전셋값이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매매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닥터아파트 오윤섭 사장은 “입주 물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의 집값을 주도하는 도심권과 강남권에서 오히려 공급 물량이 감소했다”며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의 주택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만큼 전셋값 하락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전셋값 금등의 주요인으로 꼽힌 수급 불균형은 어느정도 해소돼 전셋값 급상승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스피드뱅크 강현구 팀장은 “경기침체와 부동산 안정대책, 저금리 현상의 지속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점칠 수 없지만 하반기 주택시장은 8월 이후로 본격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뉴스공인중개사 이철수 사장(서울 대치동)은 “실수요자라면 지금 아파트를 구하는 사람은 자기 원하는 층형을 골라서 살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말했고 내집마련정보사 관계자도”최근 전세시장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워낙 많아 세입자 입장에선 원하는 집을 마음껏 골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