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10월30일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놓고 온 나라가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의 경쟁력을 키워 세계적인 도시경제권역들과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내년 3월부터 수도권 산업단지에 공장 증설을 허용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공장 증설 및 공장건축총량에 대한 규제 완화시 연간 총 생산액은 16조3000억 원, 부가가치액 7조7000억 원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비평가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최근 저서에서 ‘서울공화국’에 빗대 ‘지방은 식민지’라고 정의하는 등 13개 시·도는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려 치열한 공방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 신·증설·이전 가능
정부가 마련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산업단지내 중소기업만 공장 신증설이나 이전이 허용된 것을 내년 3월부터는 대기업도 수도권 산업단지 내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릴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단지 밖으로 이전도 가능해 진다.
또한 수도권에 있는 82개 산업단지와 함께 향후 조성될 산업단지에도 건폐율과 용적률을 기준으로 한 건축 한도까지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성장관리권역 내 공업지역에선 공장을 3000㎡ 이하 규모로 늘릴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건축 한도까지 지을 수 있다. 여기에 규제가 심한 과밀억제권역과 자연보전권역에서 규제가 덜한 성장관리권역으로 공장을 옮길 수 있는 업종을 현행 8개 업종에서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산업단지가 아닌 지역에서는 공장 증설과 이전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 도시용 토지공급 능력 확충을 위해 농지로서의 기능이 약한 650㎢ 규모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고 상대적으로 보전 가치가 낮은 보전산지 1000㎢ 를 준보전산지로 조정하는 등 산지 관련 규제도 정비키로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을 제안하고 결정, 추진해야 할 정치권이 여야는 없고 수도권 출신 의원과 비수도권 출신 의원들간의 이해관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균형발전체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규제가 완화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돼 국가의 기형적 발전이 더욱더 가속화 될 것이 확실하다”며“수도권 규제를 한꺼번에 해제하면 지방으로 가려했던 기업도 수도권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며 이 결과 지방의 피폐화를 막을 수 없다”고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앞뒤가 안맞는 처사”
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있다”며“더 이상 국민을 괴롭히지 말고 국론분열의 장으로 몰고 가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권은 향후 여야 비수도권 의원들이 참여하는 가칭 ‘수도권 규제 완화 저지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창설하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이 연대전략을 모색키로 하는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저지 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계기로 당내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들의 표밭관리 차원을 넘어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주도권 갈등으로까지 비춰지면서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경남 출신인 박희태 대표는 11월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도 균형있게 발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며“지역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는 전국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단양의 송광호 의원도 “지방에 있는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며 폭발 일보 직전”이라며“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시 경제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천만의 말씀이며 규제완화 주창자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수도권 규제 완화부터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서울 출신 홍준표 대표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경쟁력을 높여줘야 경제가 산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인 13개 시·도 단체장들과 시민단체는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켜 지역을 초토화하는 술책”이라며“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수도권 기업 ‘U-턴 현상’ 발생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정부가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은’ 단순히 수도권 기업의 민원 해소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이제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국 광역단체장들은 “비수도권 13개 지자체가 힘을 합쳐 시민운동단체와 지역민들과 손잡고 11월 중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저지 상경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지방 이전을 검토했거나 투자 예정인 수도권 기업들의 ‘U-턴 현상’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강원도 횡성 아이티 빌리에 입주하려고 추진했던 서울의 한 제약회사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으며 경북 경산에 있던 자동차 부품 회사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 구미에 있던 LG필립스 LCD 공장이 경기도 파주로 이전 한 후 구미에 있던 부품 납품업체들이 협력회사로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뿐 만 아니라 벌써부터 수도권 주요 지역내 땅값이 꿈틀거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김포를 비롯해 용인과 동두천 등의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 상가 공장 등이 혼재해 있는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의 준주거 준공업지역 등의 복합개발이 용이해 짐에 따라 임야와 밭 등 수혜 대상 토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장총량제 때문에 공장용지로 쓰지 못하고 버려졌던 토지들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화성 안성 이천 등의 부동산 중개업소도 공장용지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나 국가 및 지방 산업단지 주변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로 인해 용인과 동두천 등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에 대한 땅값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미군부대 이전에 따른 도시개발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경기 북부의 동두천시 등에 대한 땅값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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