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외치던 ‘상생정치’는 어디 갔나
‘상생’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한 주였습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대통령 불인정 발언이 화두입니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경북도지부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이 잘 되기를 바랐으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제 상식과 양식으로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등신외교 발언에 한 방 얻어맞고 이제야 회복 추세에 있던 청와대는 로우 블로에 휘청대고 있습니다.
수에 의한 힘의 정치 표방
최 대표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해임건의안도 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구체적으로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민의 고통을 계속
가중시키면 야당이 나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현 상황을 6·25 사변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도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 지적에 의의를 달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한나라당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민이 고통스러운 첫째 이유는 경제 때문인데, 지난달 이미 처리됐어야 할 추경예산안도 이번 달로 넘어왔습니다.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간 감정대립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기타 민생법안들도 여전히 표류중입니다.
최 대표는 또 “17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받으면 전 상임위 위원장을 차지해 분명한 뜻을 보여주겠다”는 등 수에 의한 힘의 정치를 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경선을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면서 ‘상생정치’를 표방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그의 말은 이와 상치되는
것입니다. 대표로서 표리부동함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 탓하기 전에 자기부터 들여다봐야
청와대는 최 대표의 말을 듣고 격분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중국 방문중인데, 예의조차도 지키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9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는 이에 대한 성토장이었다고 합니다.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이래서 상생의 정치가 되겠느냐”,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지요.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 대표가 노 대통령에게 ‘당적포기’, ‘신당놀음 중단’ 운운하더니 이젠 대통령까지 포기하라고 한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 귀국 후 영수회담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의 발언은 같은 당에서도 마뜩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외유 중에 ‘대통령 불인정’이란 불필요한 발언으로 비생산적인 정쟁의
소지를 제공했다고 고양 지구당위원장이 꼬집었습니다.
가만 보면 최 대표야말로 리더십을 검증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발언말고도 탈당파들에게 “성공하길 빈다”고 말해 당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지요. 한 번 더 설득하고 당을 추슬러야 하는 게 대표의 입장인데도 말입니다.
분명, 그는 남 탓하기 전에 자기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경거망동한 언행이야말로 지탄받아 마땅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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