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생산지수 2000년 이래 최고치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지난 2월 국내 생산 지표가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관련 지수는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수출 지표도 호조세다. 수치상으로는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1% 증가했다. 증가 폭은 지난해 6월(3.9%) 이후 8개월 만에 최대다. 광공업(4.3%)과 서비스업(1.1%)이 모두 늘어났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11.6(2015=100)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1월 이래, 제조업 평균 가동률(77.4%)도 2014년 7월(77.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광공업 중에서도 반도체·화학 제품 생산이 크게 늘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생산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화학 제품은 플라스틱 등 전방 산업이 회복돼 오름세를 보였다"고 했다.
제조업 수출(정보통신기술(ICT) 제외)의 경우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1월(3.8%)에 이어 2개월째 상승 흐름이다. 반도체 수출은 7.1%, 석유 정제품은 12.5%, 화학 제품은 6.7% 증가했다. 수출지수(계절 조정)는 115.0으로 전월(111.8) 대비 3.2포인트(p), 전년 동기(103.2) 대비 11.8p 높다. 다만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8%, 설비 투자는 2.5% 감소했다.
2월 산업 활동에 관해 어운선 국장은 "경기 전반이 개선됐다"는 총평을 내놨다. 소매 판매와 설비 투자가 주춤했으나 이는 기저 효과 측면이 있고, 제조업 수출 증가에 힘입어 광공업을 중심으로 한 전산업 생산이 상당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 지표도 예상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기업 경기 및 경제 심리 지표도 이와 비슷한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1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같은 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76) 대비 7p 오른 83이다. 2011년 7월(87) 이후 최고치다. 내달 전산업 업황 BSI 전망치 또한 84로 당분간 기업 심리 개선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도 전월 대비 0.2p 올랐다. 이 지표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비교적 빠르게 헤어나온 뒤인 2009년 2월~2010년 1월(12개월) 연속 상승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어운선 국장은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가 8개월 연속 상승했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융 지표(의 급상승으)로 인한 실물-금융 간 괴리가 걱정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실물-금융 지표 간 괴리가 많이 축소됐다. (경기 개선 가능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당국자의 후한 평가는 이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2~3월 경제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지표 대부분이 우상향을 가리키며 회복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면서 "향후 생산 활동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용범 기재부 제1 차관도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 결과 브리핑 중 "최근 경제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감지하고, 이런 인식을 대외적으로 공유한 바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를 대비한 추가 내수 대책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민간 경제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자영업자나 대면 경제는 아직 취약한 상태지만, 제조업 생산 등 수치로 확인되는 지표상으로는 한국 경제가 상당히 좋은 상태"라면서 "특히 반도체·산업재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성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총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 따라 주요국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정책 축소) 시행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오는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