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집단 따돌림 시켜 노조 와해
감시와 따돌림이 노조탄압 주 수단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20명 중 9명이 정신질환
조직적인 집단 따돌림은
노조탄압의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회사는 비조합원들에게 조합원들과 접촉하지 못 하도록 지시하거나 조합원들에게 전혀 업무를 주지 않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조합원들은 결국 하나둘 직장을 떠나가고, 죽어도 물러설 수
없다고 남아 버티던 조합원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그런 시나리오다.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집단 따돌림 심각
조합원들을 집단적으로 따돌림 시켜 노조를 탄압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청구성심병원이다.
청구성심병원에서 노조와 병원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그 해 9월, 병원에서는 흑자 경영을 했다면서 직원 전체에게 임금을
10% 인상시켜줬다. 하지만 12월에는 오히려 말을 바꾸어 적자가 났다면서 상여금을 체불했다. 이에 직원들이 대거 노동조합에 가입해 회사에
항의했다.
병원은 노동조합을 극도로 성가셔 했다. 조합활동 강성 부서는 아예 폐쇄시켜버렸다.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할라치면 소방호수를 이용해 물을 뿌려대거나,
용역깡패를 사들여 테러를 가했다.
비조합원들로 하여금 말도 못 걸게 해
특히 병원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집단 따돌림이라는 방법을 이용했다.
병원으로부터 1998년 12월24일에 부당해고 당했던 조합원들은 100일 후 복직이 되기는 했지만, 한 달여 동안 구석에 마련된 빈 책상을
지키며 우두커니 앉은 채 보내야 했다. 어떤 일도 그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비조합원들로 하여금 말도 걸지 못 하게 했다.
식당에 가면 조합원 주변에는 사람들이 앉지도 않았다. 그리고 잔반을 남기면 조합원들만 이름을 적어 불이익을 줬다.
부서도 1년에 최소 2-3번씩 이동시켰다. 한 달이 채 안돼 부서를 이동한 조합원도 있었다. 일이 손에 설어 작은 실수를 하면 곧바로 인사고과에
적용됐다. 이는 해고의 빌미가 됐다.
조합원 가운데 유일한 남자 직원은 병원측으로부터 상시적으로 폭언을 들었고, 폭행도 6차례나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남자 직원들의 친목모임인
축구회와 원우회에서도 배제됐다. ‘친목도모저해자’라는 이유였다. 그는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압박으로 인해 2001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은 조합원들을 비조합원들과 철저히 격리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CCTV를 이용해 감시하기도 했다.
CCTV가 걸렸던 곳은 물리치료실과 임상병리실, 노조사무실 앞 등이다. 물리치료실 맞은 편에는 경리과가 있고, 노조사무실 맞은 편에는 총무과가
있다. 상식적으로 경비를 위해서는 경리과와 총무과를 비춰야 옳은 것이었다.
CCTV의 감시에 의한 스트레스 탓인지 이곳에서 근무했던 조합원 6명 중 4명이나 정신질환에 걸렸다.
병원은 이러한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돼 법원으로부터 위자료 지급명령을 받은 전적이 있었다.
지난 2001년 6월18일 서울지방법원 민사1부는 병원에 노조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집단 따돌림 시킨 책임을 물어 그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었다.
병원에서 정신질환 걸린 조합원들
결국,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9명은 지난 7월7일 “병원측의 일상적인 인권침해와 탄압으로 조합원 20명 가운데 9명이 정신질환에 걸렸다”면서
근로복지공단 서부지사에 산재신청을 냈다.
이들에 대한 진료를 담당했던 신경정신과 전문의 배기영 박사(동교신경정신과 원장)는 진료소견서에서 “14명의 노조원들을 검사한 결과 7명이
장기간 반복적인 심한 스트레스 뒤에 우울·불안 반응을 보이는 ‘적응장애 증상’을 보였고, 1명은 ‘비기질적 수면장애’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배 박사는 노조원들에게 “유해한 작업환경을 벗어나 안정을 취하고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재로 산재심사를 청구한 직원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7월22일 산재승인을 요구하는 청구성심병원 앞 집회 참석 차 나왔던 K 씨는 병원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실신했다. 병원에서 당했던 끔찍했던 기억들 때문이었다. 또 L 씨는 요즘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집단 따돌림 등을 이용한 노조 탄압의 결과 청구성심병원노조는 18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겨우 20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은 5명, 나머지는 회사의 탄압을 못 견디고 전부 사직했다.
“노동자 집단 따돌림 이미 관례화 돼 있다”
사실 이런 식의 노조 탄압은 아주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초기에 진화할 것을 다 곪아 터져서 상처가
2중 3중으로 감염될 때에야 비로소 들여다보는 격이다. 청구성심병원에도 7월22일부터 나흘 동안 서부지방노동사무소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보건의료노조 윤영규 위원장은 “조금이라도 노동부의 조치가 빨랐다면 9명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런 최악의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분개했다.
민주노총 이재웅 사무총장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를 감시하며 집단 따돌림을 시키는 것은 이미 관례화가 돼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고, 그 폐해 또한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