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사회

누구를 위한 역사교육인가?

URL복사
이른바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발상과 행동은 '퇴행적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금성출판사가 지구의 역사를 금성에 사는 외계인의 시각에서 기술한 것도 아닌데 왜 이 난리인가? 이분들이 '실질적 민주주의'는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킬 생각도, 그것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식도 별로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분들이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벌이는 소란은 다시 한번 우리들의 예상을 넘어선다. 이분들이 보기에 왼편에 서 있는 우리들은(오른쪽 맨 끝에 서 있다 보면 모든 사람이 자기 왼편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소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공동체가 '집단적 기억'을 보존하고 해석하여 전달하는 과정은 결코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 과정은 과거로 직접 여행해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구성원 간에 상이한 지위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연유로 온갖 불일치와 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역사인식'에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이고, 실제와 신화가 뒤엉키며, 진실과 허위가 뒤범벅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한계를 철저하게 깨닫게 되면 오히려 '역사인식'은 새로운 지평을 얻게 된다. 자신이 진리를 발견했다고 확신하면 반드시 오류에 빠지지만, 자신이 오류의 구렁텅이에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면 도리어 구원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겸손해진 '역사인식'은 특정한 '역사인식'의 압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고 나아가 장려하게 된다. 그러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잘 어우러질 때 우리는 역사의 멋진 합창을 들을 수 있고 그 합창의 한가운데에서 비로소 역사가 우리에게 섬광처럼 허락하는 진정한 영감을 얻게 된다.
지금 역사교과서의 수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어떠한가? 나는 그들의 입장과 인식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것도 충분히 타인에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들이 눈뜬 장님처럼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눈감고 있다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웃어주면 그만이다. 혹시 그들이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눈감지 않고 있다면 비록 그들이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제법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에 봉사하는 그들의 역사인식
그런데 나는 역사교과서 수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역사인식'에 내재한 가치관에서 몇가지 수상한 징조를 발견한다. 그들의 가치관에서는 전체주의가 느껴진다. 그것은 전체의 행복과 발전을 위하여 부분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자주 그리고 수시로 그럴 수 있다는 발상이다. 또한 그들의 가치관에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철저하게 뿌리내려 있다. 그것이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나 인간의 역사에서 더러 보이는 실제 사건을 냉정하게 그대로 인식한 것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들은 '약육강식'의 법칙을 역사 전반에 부당하게 일반화해 가치판단의 토대로 삼는다. 나는 또 그들의 가치관에서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중시하는 태도도 읽는다. 결과가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들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만들어진 현실 자체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전체주의' '약육강식' '결과중시'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의 공통된 핵심은 "강자의 기득권을 그 정당성과 무관하게 인정, 유지하고 그 발전을 미래에도 보장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것이 그들의 '역사인식'의 척추이며, 현재 한국에서 득세한 보수주의자들의 본질적 사고방식이다. 그들의 '역사인식'의 목표는 현재 이 사회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신들의 가치를 정당화하고 그 주도권을 지키는 데 역사가 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문적이라고 말하기에는 허황되고 철학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유치할지라도, 그것을 그저 표현하는 행위를 가로막을 이유는 없다. 우리는 다만 그것이 왜 어리석고, 그것이 왜 거짓인지 보여주면 된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역사교육에 개입한다. 역사교육에 개입하더라도 규범과 상식에 따라 나름대로 역사를 기술하고 그것이 읽히도록 노력하면서 공정하게 남들과 경쟁하면 된다. 물론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그들이 삶과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교과서로 채택될 만한 책을 쓸 자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이왕 칼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지름길로 가려는 것인지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인식'을 이상한 방식으로 강요한다. 그러한 행태는 우리에겐 매우 낯설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행태는 그들의 '역사인식'의 토대가 되고 있는 가치관에서 동일하게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인식과 행동에는 경탄할 만한 일관성이 있다.
설득하고 유혹할 뿐 강요할 수는 없다
'중립적이고 절대적인 역사인식'이란 우리가 추구할 수는 있으나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절벽 뒤편에 핀 꽃'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경쟁하는 '역사인식' 중 어느 것이 실제로 우세한 시대정신이 될지는 그것이 사람들을 얼마나 설득하고 매료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역사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은 거의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심지어 그들의 혼란스럽고 촌스럽고 자기중심적인 '역사인식'마저도. 그러나 어떠한 '역사인식'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며, 학생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2004년에 세상을 떠나 과거로 사라진 어느 예술평론가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증거에 따르면 그 여자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예술은 유혹이지 강간이 아니다. 예술작품은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유형의 경험을 제시한다. 그러나 예술은 체험하는 사람의 공모 없이는 유혹에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역사교육도 그 점에서는 예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부자들의 성공 인사이트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출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교과서 발행부수 1위 기업 미래엔의 성인 단행본 출판 브랜드 와이즈베리가 오는 10월 1일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를 출간한다. 신간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는 18년 차 은행원이자 재테크 전문 유튜버 ‘부르르(Brr)’가 은행에서 만난 부자들에게서 얻은 성공 인사이트를 전한다. 저자는 은행 근무 중 직접 듣고 경험한 자산가들의 이야기를 분석하며, 그들이 부를 쌓고 성공을 이룬 핵심 비결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부르르는 부자들로부터 ‘사람도 자산이다’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고 ‘인적 레버리지’ 개념을 떠올렸다. ‘인적 레버리지’는 사람을 통해 부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지렛대 효과를 뜻한다. 저자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어려운 시대에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적 자산’을 쌓고, 이를 통해 ‘인적 레버리지’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서로 도우며 함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부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1장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2장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3장 ‘인적 자산, 어떻게 쌓아야 할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