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지불분야는 핵심기술 가장 많고 상표, 저작권 순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등의 공업소유권(무체재산권)의 사용료를 말하는 ‘로열티’가 제품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곧
제품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기업 반 이상 로열티 지불 경험
최근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절반 이상이 로열티를 지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서울지역 제조기업 19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48.5%가 로열티를 지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로열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0.6%에 그쳤다. 로열티를 지불하는 기업이 로열티를 받는 기업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 국내기업의 외부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WTO지적재산권협정 등 지적재산권 보호추세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외부기술사용에 대한 로열티가 고액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국내기업이 외국에 지불한 로열티(매출액 대비) 규모만도 로열티를 직접 받은 경우보다 크게 상회했다. 국내기업의 로열티 지불규모는 3%미만이
57.4%로 과반을 차지했고 3~10%가 37.3%, 10% 이상 고액로열티를 지불한 기업도 5.3%나 차지했다. 반면 로열티를 받은 경우는
3%미만이 72.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열티가 지불되는 분야는 핵심기술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상표와 저작권 순으로 나타나 국내기업이 핵심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이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32.7%)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일본(31.7%), 유럽(19.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로열티를 받은 기업 대부분(41.9%)이 국내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국내기업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로열티를 받는 기업도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로열티비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여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응답기업의 84.4% 이상이 로열티가 인상되면 제품가격에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로열티가 제품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기업경쟁력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랜드’
비중 점차 커져
특히 ‘브랜드’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브랜드’가 매출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다’, ‘브랜드 마케팅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이름이나 로고, 자체 보유 브랜드 등이 부수익이 아닌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한국의
대표브랜드로 통하는 삼성은 국내기업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세계 최대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108억4,600만달러(약 13조152억)로 세계 2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델 나이키 코닥 필립스 파나소닉 모토로라
등 쟁쟁한 브랜드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세계 1위의 브랜드는 부동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838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20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모두 합쳐도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액수이다. 또 세계 3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모두 더하면 18억49억달러가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1년치 수출로 번 달러를
모두 합쳐도 안되는 돈이라고 한다. 세계2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마이크로소프트로 브랜드 가치가 640억달러(약
76조8,000억원)를 넘는다. 한국정부의 한해 예산 111조원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그 뒤를 IBM(517억억달러) GE(424억달러)
인텔(311억달러) 등이 이었다.
이처럼 브랜드 경영이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한 경영의 화두가 됐다. 올들어 지주회사로 출범한 LG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는 특히 2005년부터 지주회사가 받을 브랜드 사용료(최대 8,000억원) 중 상당부분을 브랜드 가치 제고 비용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주)LG의 수익모델은 두산, 코오롱 등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추진중인 상당수의 대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매출 비용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도 2010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도약을 목표로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갈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술경쟁력
강화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돼야
그러나 이같은 선진국에 대한 높은 기술의존도, 로열티의 고액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기술지원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기업은 기술개발촉진을 위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행해야 할 정책분야로 금융·세제지원
강화를 제일 먼저 꼽았고 그다음이 기술인력 양성, 지적재산권제도 개선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가 처음으로 상업화에 성공하여 실질적인 개발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CDMA 기술에서조차 기본특허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사례가 보여주듯, 외국기술에 대한 로열티 지불이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이를 위해서 "연구기관에 대한 금융·세제지원 강화, 발명보상제도
확립 등 기술개발촉진과 함께 특허심사기간 단축, 침해소송절차 간소화 등 기술보호를 위한 지적재산권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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