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효성 총수, 현재 회장으로 변경될 듯
'LS·DL·현대중공업·코오롱'도 교체 가능성
'외국인' 김범석 쿠팡 의장 지정 여부 주목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의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 집단과 동일인(총수) 명단을 오는 29일 발표한다. 현대자동차·효성 등 여러 대기업의 동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사상 첫 '외국인' 동일인(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탄생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현대차 총수를 정몽구 명예 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 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꾸기로 잠정 결론 냈다. 경영권의 무게추가 고령인 정몽구·조석래 명예 회장에서 이사회로 넘어왔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정의선·조현준 회장은 각각 2020·2017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LS도 총수 교체 가능성이 있다. 현재 LS의 총수는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2년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에게 LS 회장직을 넘겨줬지만, 동일인은 10년 가까이 바뀌지 않고 있다. DL(옛 대림산업)도 현재 총수는 이준용 명예 회장이지만, 사실상 지배자는 지난해 말 기준 52.26%의 주식을 보유한 이해욱 회장이다.
정몽준 전 회장(현 아산 재단 이사장)에서 정기선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이웅열 전 회장이 퇴진해 이규호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코오롱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그동안 공정위는 동일인 변경에 보수적이었지만, 현대차·효성 교체 잠정 결론이 다른 집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경우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겨 새롭게 대기업 집단이 되면서 총수를 누구로 지정하느냐를 두고 공정위가 장고에 빠졌다. 김범석 의장은 의결권 비율이 76.7%(지분율은 10.2%)에 이르러 지배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정위는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 내린 상황이었다.
'외국인은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관례 때문이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아람코의 지배를 받는 S-Oil이나 미국 GM의 자회사인 한국GM이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이유다. 정부의 입김이 센 KT·농협·KT&G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치권·시민 단체·일부 유통업체 등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쿠팡을 동일인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특혜를 주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김범석 의장이 총수가 되지 않으면 '배우자·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보유 내역 공시'라는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이 뿐만 아니라 회사 현황, 주주·임원 구성 등이 포함된 공정위 제출 '지정 자료' 책임자 의무도 벗을 수 있다. 공정위는 지정 자료 내용이 허위일 경우 동일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정 명령이나 과징금이 부과되고, 사안이 중대할 경우 검찰에 고발당할 우려도 있다. 동일인은 이런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일각에서는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미국 국적 투자자를 제3 국적자와 차별하지 않는다'(최혜국 대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S-Oil와 똑같이 동일인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사례를 국내 기업 규제와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한-미 FTA에 담긴 '내국민 대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람코는 국영 기업이므로 S-Oil은 과거 공정위가 한전 등 공기업 집단을 동일인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것과 같은 사례라는 얘기다.
공정위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두고 지난 21일 전원 회의 논의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심 안건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공정위 최고 의결 기구인 전원 회의에서 동일인 지정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원칙에 따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