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이 주장했던 일명 ‘불판갈이’에 국민들이 동조했다. 17대 총선 결과 민노당이 창당 4년만에 그리고 1960년 조봉암이 이끄는 진보당 이후 44년만에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꿈을 실현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 효과
이번 총선의 최고 스타는 단연 민주노동당. 지역구 2석에 정당지지도 13.1%로 비례대표 8석을 확보, 총 10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과 자민련을 제치고 제3당으로 입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16개 시도에서 10.5%에서 21.9%에 이르는 고른 득표율을 보이며 정치적 잠재력도 확인했다. 이에 민노당은 이번 승리를 “노동자, 농민, 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공로를 돌렸고 당사 안팎에서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민노당의 약진은 탄핵역풍과 열린우리당의 실수로 일정부분 반사이익이 생긴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구태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보여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간 좌파에 대한 편견에서 한국 사회가 어느 정도 유연해졌고 ‘상가임대차보호법’ ‘학교급식법조례제정’ 등 원외정당으로서의 정책생산능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당권이 끊기는 진성당원제를 가장 충실하게 이행, 기존 정당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당원 충성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자 의견 반영 긍정적
민노당의 국회입성은 국민의 상당수가 근로자인데도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직까지 없었다는 모순된 상황을 타파, 정치를 보다 다원화하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원내진출을 시작으로 진보세력이 갈수록 확대돼 일정 시점에서는 선진국처럼 진보-보수 양당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의 행보는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우선 이라크 파병철회 동의안으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과의 정면격돌이 확실시되고, 부유세 신설 등 개혁적인 법안들이 충돌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내에서 기존 정당과 견제 및 협력관계를 얼마나 원숙하게 처리해내느냐가 관건이다. ‘꿈의 정책’들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당의 주체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소 혼란이 예견되나 노동자들의 요구가 제도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점과 노동,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논의되면서 실질적으로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 측면임이 분명하다. 50년간 사용해온 불판을 민노당이 과연 깨끗한 판으로 갈아치우고 맛있는 삼겹살을 구울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