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내가 먼저!
여성의 지위향상, 남편의 무관심 등 외도 원인과 선결과제
기혼녀의 외도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애인 없으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유부녀의 ‘바람’이
거세다. 남성의 외도가 ‘관습화’됐던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던 한국에서 여성의 외도는 가히 ‘충격’이다. 때문에 남성의 외도보다 여성의
외도가 사회적 문제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이 붕괴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결혼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시되고 있다.
공허함에 대한 욕구충족
한영신학대학교 상담학 양유성 박사는 ‘외도의 심리분석과 상담과제 연구’(2002) 논문에서 “과거에는 가정이나 공동체에 관심이 컸던 반면
이제는 사람들이 개인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며 외도의 원인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여성도 “사회가 변하면서 점차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쪽으로 나가기 때문에 가정에 충실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가 유경희 소장은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성의 능력향상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면서 “전적으로 약자일
경우에 외도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설명, 여권의 지위 향상도 상당부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남성에 비해 여성은 배우자에 대한 불만표출로 외도하는 경향이 짙다는 견해도 있다. 1995년 간행된 ‘외도, 결혼제도의 그림자인가’(형성사)를
보면 저자 김예숙 씨는 “아내가 외도를 하는 경우는 남편이나 결혼생활에 대해 큰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남편의 무관심이나 애정결핍
등이 여성에게 공허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신을 아껴준다고 믿게 만드는 남성을 만나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고 풀이했다.
결혼에 대한 관점 정립 선행돼야
또한, 김예숙 씨는 “외도를 결혼과 동등할 수 없는 하위의 행위로 분명하게 이해하려면 외도 자체가 아니라 결혼에 대한 확고한 관점을 우선
가져야 한다”며 잘잘못을 따지기 전 선결과제에 대해 강조했다. 결혼의 필요충분이 ‘사랑’이라면 외도의 대상자를 배우자보다 더 사랑했을 경우
문제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을 개인적 차원에서 선택하는 복지제도로 이해하고 외도를 당사자의 감정이나 배우자의 배신감에만 근거해
‘그르다’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부와 자녀가 포함된 가족 전체의 복지를 책임지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유경희 소장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며 “단지 욕구에만 충실한 것인지, 그에 수반하는 책임도 받아들일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행해지는 외도에 대해 경계했다. 아울러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시선과 잣대가 너무나 다르다”며,
“외도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모두에게 똑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는 ‘용서’, 여성에게는 ‘이혼’인 사회분위기에 대한
일침이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