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도훈 기자] 전기요금 누진제를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대해 '헙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전기사업법 16조 1항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과 달리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하위의 법령인 대통령령으로 누진제를 규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번 헌법재판은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받던 A씨는 지난 2016년 한전으로부터 전기요금 약 12만8000원을 부과받으며 시작됐다. 한전은 전기공급에 관한 약관에 따라 A씨에게 누진요금을 부과했으며 그는 누진요금을 규정한 해당 약관이 무효라 주장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며 법원은 전기요금은 세금과 유사하므로 누진요금 등의 규정을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정해야 하는 것으로 봤다. 정부가 세운 한전이 독점적으로 전기를 판매하며 전기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는 취지다. 또한 위 법 조항에서는 누진세 등 세부적인 전기요금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진행했다.
헌재는 전기요금은 세금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것일 뿐 세금을 낼 능력이 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강제로 부과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쓸 경비를 국민들이 내도록 하는 부담금과도 구분된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국회가 전기요금에 관한 규정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민의 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전기요금의 결정에 관한 내용을 입법자가 정해야 할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은 세금보단 공공요금과 성격이 비슷한데 공공요금은 물가 등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기준을 정한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언급됐다.
헌재는 "전기요금약관을 결정함에 있어 전력의 수급상태, 물가수준, 한전의 재정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전문적인 판단을 요함은 물론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도 시의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전기는 국민이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재화이자 공공재다. 입법자로서는 전기공급약관의 핵심적인 사항을 직접 규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은애 재판관은 A씨의 소송과 위 법 조항의 관련성이 적다며 심판의 전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