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 13대 총선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 정국을 출현시켰다. 이에 따라 여당은 원내 1당 체제로 확실히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여대야소 정국은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인가. 17대 국회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대야소 정국 전망
일단 여권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토대를 확보했고 이에 따라 여권이 구상해온 각종 개혁안도 실천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최근 화해와 상생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16대 국회에서 극에 달했던 정치권의 대립 양상도 수그러드는 추세다. 총선 결과를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 재신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탄핵 문제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와 별도로 정치적 타결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여권이 정국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개혁 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촛불 집회 등에서 이미 드러난 것처럼 정치 개혁은 국민적 열망이자 대세다. 실제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중진들이 대거 탈락했으며, 선거에서도 중진들이 대거 낙선하고 다수의 젊은 신인들과 여성 인사들이 원내에 진출했다. 금권정치와 계보정치 등 구시대적 정치 형태는 확실히 퇴색한 양상을 띠었다.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의 꿈을 이룬 점 또한 거센 개혁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바람과는 달리 17대 국회가 정쟁과 갈등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대통령 탄핵문제가 폭탄이다. 여당은 총선 마무리와 함께 탄핵국면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한나라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헌재의 판결에 따르자고 말해왔고, 우리당은 무조건 철회론을 주장해왔다. 선거 이전부터 공방을 벌였던 이라크 파병 문제도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각당의 진로
노인폄하 발언으로 선대위원장에서 밀려났던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총선의 승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당은 미니 여당에서 갑자기 몹집이 비대해짐에 따라 당통합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문성근 명계남 씨의 분당론이 나왔고, 정 의장이 주축인 당권파, 김근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재야 소장파, 개혁당 출신의 친노파의 주도권 다툼이 내홍으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제1야당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고 탄핵 역풍을 이겨낸 박근혜 대표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승리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과제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자민련 등과 정책공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비록 몸집은 작지만 보수 위주로 일관해왔던 그동안의 정치권력 지형을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반해 민주당과 자민련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다. 졸지에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향방은 모호한 가운데, 우리당과의 흡수통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상 정치적 입지를 상실한 자민련 또한 타당과 연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