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추석대목 옛말
소비위축·경기침체로 예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이제 옛말이다. 경기 침체로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할 전망이다. 대목을
앞두고 북적거려야 할 동대문 남대문 재래시장도 한산하기만 하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가볍기만 하다. 상인과 손님 모두 썰렁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의류시장 사상 최악의 불경기
“휴일인데도 명절시즌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이건 원, 안 나온 것만 못해요. 주말장사도 망쳤는데 이러다 임대료나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월요일인 8월25일 새벽1시. 동대문 패션몰에서 소위 가장 ‘잘나간다’는 밀리오레에는 손님의 발걸음이 너무나 뜸했다. 2층 여성복매장의
한 상인은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 역시나인 실망감 때문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재고가 없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많아요. 이걸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에요. 원가 이하로 파는데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요.”
다른 상인들도 한결같이 밥 먹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작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서 이따금 한두벌 씩 사가는 소매상 몇 명이 전부라고
한다.
도매상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디자이너크럽도 상황은 마찬가지. 4층 남성복 니트매장의 한 상인은 “원래는 추석빔이다 선물이다 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명절대목의 개념이 아예 사라진 것 같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환절기라 여름옷 반품하고 가을옷 교환하러
온 손님들만 있을 뿐, 정작 매상 올려주는 알짜배기들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상인도 “매장을 원래 3개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1개만 운영한다”며 “이것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류시장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대거 이탈하고 다수의 공장이 줄도산을 하는 등 불황이 더욱 심각하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고 말하는 상인들의 얼굴마다 근심이 가득했다.
햇과일 물량 부족, 가격 오름세
그렇다고 먹거리시장, 즉 농수산물 시장은 괜찮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추석이 예년에 비해 10일정도 빨라져 햇과일, 햇곡식 등 제수용품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다.
가락동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의 한 청과물 판매상은 “지갑이 가벼운 서민들이 최소한으로 적게 사갈 것으로 예상돼 추석대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명절선물로 사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최근 잦은 비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병해충까지 극성이라 소비심리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파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선임연구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용불량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매우 하락했다”며 “2사분기 GDP성장률이
2.9%인 것만 봐도 그만큼 민간소비가 위축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다”며 부정적
전망도 내비쳤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저조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